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일으키는 증상의 심각성이 2009년 유행했던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보다 높을 것이라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신종 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임상위원회)는 20일 서울 종로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임상위원회에는 우한 코로나 확진자 치료 의료진과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이 위원회는 우한 코로나 확진자 치료진 중심으로 임시적으로 운영했던 '코로나19 중앙임상TF'를 확대 개편해 상설 조직으로 바꾼 것이다.

위원장인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인플루엔자(독감)로 5000명이 사망한다고 추정 가능한데, 우한 코로나가 국내에서 독감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퍼져 나가면 2만명 정도가 숨질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인구 5000만명 중 40%가 신종 감염병인 우한 코로나에 감염되고, 감염자의 10%가 폐렴에 걸리며, 폐렴 환자의 1%가 숨진다는 가정(치사율 0.1%)하에 나온 수치다. 다만 오 교수는 "이 수치는 어디까지나 '추정치'"라고 했다.

임상위원회는 "중국 자료에 따르면 발병 첫 3~5일에 특히 많은 바이러스가 배출된다"며 "그만큼 초기 전파력이 세다"고 했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증상이 없거나 약한 시기에도 전파력이 강해 널리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우한 코로나의 파급력이 1918년 스페인 독감보다는 낮고 1968~1969년 홍콩 독감보다는 높을 것으로 분석했다.

임상위원회는 "확산을 늦춰 치료제와 백신을 준비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초기엔 집회 자제, 휴교, 재택근무 등으로 사람 간 거리를 넓혀 확산 속도를 늦추되, 이것만으로는 완전히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동시에 치료제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임상위원회는 "확진자를 꼭 음압병실에 넣을 필요는 없다"는 제언도 했다. 현재 방역 당국은 우한 코로나 환자를 병실 내 기압이 낮아 바이러스가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음압병실에 격리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 임상위원회는 "음압병실이 아니더라도 전실(前室)을 마련하면 공기의 80~90%는 막아준다"며 "폭발적으로 환자가 늘어나게 되면 영국처럼 경증 확진자는 자택에 자가 격리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