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일대 집단 감염의 발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신천지 대구 교회가 있는 대구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날 대구·경북 지역 확진자는 51명이 늘어나 70명이 됐다. 지역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대구 전역은 적막에 빠져들고 있다. 이날 낮 12시 30분 찾은 동구 신세계백화점은 오가는 사람을 보기 어려웠다. 이 백화점은 대구 최대 규모인 데다 동대구역과 붙어 있어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다. 그러나 이날 지상 1~9층 각 매장에는 마스크를 쓴 직원들만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던 지하 1층 푸드코트도 500석 중 400여 석이 비어 있었다.

선별진료소엔 긴 줄 - 20일 오전 대구 서구 대구의료원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의심 환자들이 진단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대구는 도시 전체의 움직임이 멈춘 것 같았다. 오후 4시 30분 탑승한 대구 지하철 1호선 차량 한 칸엔 승객이 10명밖에 없었다. 동대구역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한 택시기사는 "20~30분이면 손님을 태우는데, 벌써 1시간 30분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최고 번화가로 꼽히는 동성로·범어네거리·반월당·두류네거리 등에서도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오후 7시 동성로 CGV 앞엔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는 시민 10여 명이 전부였다. 동성로에서 만난 대학생 임모(20)씨는 "도시 인구 절반이 떠나가 버린 느낌"이라며 "마스크만 쓰면 괜찮다고 해서 나왔는데 사람들이 이렇게 없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확진자 가운데 어린이집 교사와 미술학원 교사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구 어린이집 1324곳은 일제히 휴원에 들어갔다. 대구시 교육청은 모든 유치원(341곳)과 초·중·고교·특수학교(459곳)의 개학을 다음 달 9일로 1주일 늦췄다.

대구시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병동의 부족이다. 전국의 음압병실 1027개 가운데 대구와 경북의 음압병실은 각각 54개, 34개에 불과하다. 대구의료원은 음압병실 10개가 꽉 차 일반병실에 간이 음압장치를 설치했다. 대구 지역 방역 대응을 총괄하는 경북대 감염병센터장 김신우 교수마저 자가격리에 들어가 대응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이날 대구의료원에서는 의심증상을 호소하며 몰려온 많은 시민이 몇 시간 동안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2주째 미열과 오한이 있어 비슷한 증세인 조카와 왔다는 박모(40)씨는 "2시간 가까이 기다리고 있는데 언제 차례가 올지 모르겠다"고 했다. 신천지 교인인 간호사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이날 남구 대명동 대구가톨릭대학교 응급실과 병동 1개 층이 폐쇄됐다. 확진 직전까지 환자, 의료진과 접촉했던 간호사는 확진받은 뒤에야 자신이 신천지 신도라고 밝혔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한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빨라 대구 상황이 심각하다"면서 중앙정부의 지원을 호소했다. 권 시장은 "의료 인력이 모자라고 물품 지원도 필요하다"며 "음압병실도 모자라 중증환자만 음압병실을 쓰고 경증환자는 일반병실 1인실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권 시장은 "지방자치단체로서는 대응에 한계가 있으니 정부 차원의 방역 대책이 요구된다"고 호소했다. 시민들에게는 "최대한 외출을 자제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구시는 특히 춘제(春節·중국의 설 명절)를 맞아 귀국했던 중국 유학생 수백명이 개강을 맞아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에 방역 비상이 걸렸다. 현재 대구 지역 대학에 다니는 중국 유학생은 717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21~27일 사이에 비행기나 열차편으로 대구에 들어올 예정이다. 대구시는 이들을 당분간 대학 기숙사에 마련한 임시 생활시설에 머무르게 할 방침이다.

한편 대구에 있는 미군 기지 두 곳(캠프워커·캠프헨리)도 코로나 감염증 환자가 급증하면서 잠정 폐쇄됐다. 주한 미군은 소속 군인과 군무원들에게 대구 여행 금지 조치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