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조사 담당할 대구시 역학조사관 단 2명 뿐"
권영진 시장 "이미 깊숙이 퍼져, 시 자체 역량으로 한계"
중수본 "대구 봉쇄 검토한 바 없다… 직접 인력파견 지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대구시가 19일 비상체제로 전환하는 등 총력전을 선언했지만 정작 투입할 역학 조사관, 음압병실 등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시 역시 중앙 정부의 비상 조치로 인해 도시 전체가 폐쇄된 상황에서 한정된 인력과 장비, 병실에 확진자와 의심환자, 일반 시민들이 뒤엉키며 대량 감염 사태가 발생했다는 전례로 비춰볼 때, 중앙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9일 오후 대구시 서구 중리동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검사를 묻는 의심 환자에게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지금은 검사가 안 된다"고 말하며 손으로 X 표시를 하자 검사를 받으러 온 환자가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날 대구의료원에는 의심 환자가 많이 몰리며 코로나19 확인 검사가 늦어졌다.

이날 코로나19 추가 확진자 10명이 발생하는 등 사태 확산으로 대구시는 확진자 이동 경로와 접촉자 확인 등 역학조사에 나섰다. 특히 31번 확진자가 지난 9일과 16일 대구 남구 신천지 교회에서 예배를 본 것으로 나타나 당시 참석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이를 담당할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이미 지역사회에 깊숙이 퍼져 대구시와 지자체 자체 역량으로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확진자가 방문한 다중이용시설 접촉자 파악을 위한 폐쇄회로(CC)TV 검색 등은 일반 공무원이 할 수 있으나 역학 조사는 전문 역학 조사관이 맡아야 한다. 실제로 조사를 담당할 대구시 소속 역학 조사관은 2명뿐이다. 이에 시·도지사들은 이와 관련해 사태에 대응할 역학 조사관 자격요건 완화를 중앙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지만 이들을 수용할 음압병실도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대구 지역에는 현재 54개의 읍압병상이 있다. 중환자나 호흡기질병 등 격리해야 하는 환자들이 이미 상당수 음압병실을 쓰고 있다. 앞서 중국 우한 역시 1월 하순 우한 시내 병상이 급격히 부족해지면서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대구시와 대구 지역 병·의원 측은 코로나19 외에 다른 질병으로 음압병실을 사용하는 환자들을 다른 병실로 이전 조치하기로 했다. 권영진 시장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특별대책반 파견, 필요한 역학조사, 의료 관련 인력 지원, 음압병실 확보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본부장 정은경)도 이날 브리핑에서 환자들이 신속히 검사받을 수 있는 여건, 발견된 환자를 신속히 격리할 수 있는 병상 확보,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의료진의 확보 및 보호가 최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국내 지역사회 감염사례에 대한 적극적인 확인과 조치를 위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지침(지자체용)’을 개정(제6판)해 20일부터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홍인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책임관은 음압병상 운용에 대해 "대구에 54개, 경북에 34개의 병상이 있는 상황으로, 대구에서 수요가 초과하면 경북 권역 자원을 함께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에서 병상이 부족하면 인근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갈 수 있도록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총괄책임관은 '혹시 중국 우한처럼 대구에 대한 도시봉쇄나 이동중지 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정부는 대구시를 봉쇄하거나 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기 때문에 중수본이 현장대응팀을 파견해 대구시와 함께 집중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 있다"며 "산발적으로 환자가 발생할 때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지는데, 이번 경우에는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중수본이 직접 인력을 파견해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진원지인 우한이 춘제(春節·설) 직전인 지난 달 23일 외부와 통하는 길을 차단해 도시 봉쇄에 들어갔고, 인근 도시들도 잇따라 비슷한 조처를 했고 급기야 6000만명이 거주하는 후베이성도 최근 24시간 봉쇄식 관리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