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윤 스포츠부 기자

"이렇게까지 큰 이슈가 될 줄은 몰랐는데…. 이번엔 제가 올렸지만, 그 전에도 대표팀 형들이 소집될 때마다 협회에 이런저런 얘기를 했었어요. 앞으로 좋은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허재 전 농구 대표팀 감독 둘째 아들 허훈은 18일 FIBA 아시아컵 예선 인도네시아 원정 경기를 위해 출국하기 전 인터뷰에서 "오늘은 (큰 버스를 타고) 편하게 왔다"며 웃었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14일 남자 대표팀이 진천선수촌으로 이동할 차량으로 마을버스로 흔히 쓰이는 소형 버스를 준비했다. 허훈이 이를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가 올린 "진천 가는 버스 클라스(수준)" "마을버스 부릉부릉~" 등 문구와 키 2m에 달하는 거구들이 허리를 숙이며 버스에 타는 모습을 본 이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농구협회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고, "버스 대절비 수십만원을 아끼려고 그런 것"이란 설이 돌았다.

농구협회 관계자는 "협회 운영이 어렵긴 하지만, 그 정도 돈을 아끼려고 한 건 아니다"라며 "9명이 탑승하므로 16인승 버스로 충분할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비록 우등버스와 같은 좌석으로 개조한 차량이긴 하지만, 차고가 낮고 내부가 좁은 건 어쩔 수 없었다. 선수들 백팩은 협회 카니발 차량에 차곡차곡 실었다고 한다. 대표팀 코치도 이 카니발에 탔다.

협회가 재정적으로 어려운 건 사실이다. 협회 관계자는 "예산이 한정돼 있는데 대표팀 홈 경기 개최, 청소년 대표팀, 3대3 농구 등에 들어가는 돈은 갈수록 는다"고 토로했다. 여자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 예선 때 비즈니스석을 탔는데, 이코노미석 요금은 협회가 결제했지만 비즈니스석 업그레이드 비용은 각 구단이 부담해야 했다.

그러나 농구 대표팀에 대한 대우가 어디 내놓기 부끄러울 정도로 박하다는 것도 중론이다. 최근 도쿄올림픽 예선을 마치고 귀국한 여자 대표팀 박지수는 방열 농구협회장이 참석한 자리에서 "창피하다"는 말을 꺼냈다. 이문규 감독이 여론의 질타를 받자 박지수는 "감독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게 아니다"라면서 "대표팀 연습복이 딱 두 벌 나와서 오전·오후 입으면 야간에 입을 게 없다. 말하기도 민망하다"고 했다. 감독과의 불화설을 일축하면서도 협회의 빈약한 지원은 재차 언급했다.

박지수와 허훈은 한국 농구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들이다. 협회는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뛰는 이들을 챙겨주기는커녕 이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고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막대한 예산이 드는 것도 아니고, 버스나 연습복 같은 기본 중의 기본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선수들이 드러내 놓고 불만을 나타낼 정도로 협회 권위가 바닥을 기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