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회장

미국 메릴랜드주 의회는 지난 1월 3·1만세운동을 이끈 유관순 열사의 자유와 독립을 향한 헌신을 기리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올해는 유관순 열사가 서거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미국인들이 유관순 열사의 독립 정신을 기린 것은 그를 세계적 인물로 격상시키고 우리의 국격도 높여주었다. 미 뉴욕주 의회도 매년 3월 1일을 '유관순의 날'로 지정했다. 유관순 열사의 저항 정신을 세계인이 공감하는 기념비적 인권운동으로 공인한 것이다. 미국은 인종과 국경을 뛰어넘어 자유를 얻기 위해 싸운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기리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한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운 외국인 독립운동가들은 우리 사회에서 거의 잊히고 있다. 독립유공자 1만5000여명 중 외국인은 89명에 이른다. 미국인 호머 헐버트(1863~1949) 박사의 경우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일제와 투쟁하고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였다. 외국인 독립운동가들은 오직 정의와 양심에 입각해 한국의 독립을 위해 싸웠다. 하지만 3·1운동 100주년이었던 지난해 그들을 기리는 행사는 거의 열리지 않았다.

외국인 독립운동가들에게 공적에 걸맞은 감사를 표하고 예우를 해야 한다. 한국인 독립운동가들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아무 대가도 없이 남의 나라를 위해 희생하지 않았는가. 외국인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예우와 기억은 일종의 민간 외교로서 그들의 출신 국가에 감동을 주고, 우리의 품격을 높여줄 것이다. 다가오는 3·1절에는 외국인 독립운동가들의 헌신과 공적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기리는 기회를 많이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