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에서 마스크 판매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 4일 B사의 N95 산업용 마스크 46만9200장을 사들였다. 8억7700여만원어치로, 중국에 납품할 물량이었다. 우한 폐렴(코로나 19)으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 물량을 구하기가 어려운 시점이었다.

곰팡이 핀 마스크

A씨는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려 했지만, B사 제품의 판매를 대행하는 C사가 "남은 재고 전량을 구매하지 않으면 판매할 수 없다"고 해 전부 사들였다. 마스크 샘플 사진과 수입신고필증·시험성적서 등도 구매 과정에서 확인했다. 계약금 3억원과 잔금 5억7700여만원을 두 차례에 걸쳐 지불했다.

마스크를 넘겨받은 시각은 4일 오후 6~7시쯤이었다. B사 물류창고 안팎이 어두워 검수절차 없이 임시 보관장소로 마스크를 옮겼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마스크 검수는 이튿날인 5일 오전 이뤄졌다. 5만장을 살펴본 결과 모두 폐기해야 하는 상태였다. 이후 2차 검수에서도 제품의 하자가 발견됐고, 하자율을 확인하기 위해 분류·선별작업을 한 결과 모든 제품이 폐기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A씨 측이 확인한 결과 대다수의 마스크가 2007년, 2010년에 제조된 것이었다. 유통기한 5년을 훌쩍 지난 것이다. 일부 제품은 2015년에 생산된 것도 있었으나, 녹이 슬고 마스크 고무줄에 곰팡이가 펴있는 등 정상 제품이 아니었다. 판매를 대행한 C사 직원도 "마스크가 100% 불량이고, 폐기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한다.

곰팡이 핀 마스크

A씨는 B사와 C사에 환불을 요구했으나 모두 응하지 않았다. A씨는 B사 대표인 박모씨와 C사의 실질 대표인 윤모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물품대금 외에도 운송비와 인건비, 구매자에 대한 손해배상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마스크의 하자를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구매처인 중국으로 보냈다면 한국과 중국의 국제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제조업체인 B사에 상황이 다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현재 상황에서는 별 다른 입장이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은 B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전화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