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태권브이' 장준(20)에게 2019년은 '인생의 해'였다.

2018년 12월 두바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한 뒤 1년 동안 국제대회서 한 번도 지지 않고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12월 모스크바 그랑프리 파이널 결승에서 패하기 직전까진 거침없었다.

장준은 동급(58㎏급) 최강자였던 김태훈(26)을 밀어내고 세계 랭킹 1위로 올라섰고, 세계태권도연맹(WT) '2019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장준은 올 초 라이벌이자 선배인 김태훈을 상대로 한 국가대표 선발전(3전 2선승제)에서 두 번을 내리 이기며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김태훈 제치고 세계 1위 등극

"올림픽 메달을 위한 가장 큰 산을 하나 넘은 거죠. 태훈 형님은 정말 너무 큰 벽이잖아요. 서로를 너무 잘 아니까 경기할 때도 점수 잘 안 나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김태훈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세계대회 3회 연속 정상에 오른 자타공인 최강자였다. 장준은 고2 때 2017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김태훈과 처음 마주쳤다. 패기를 앞세워 겁 없이 덤벼들었지만, 결과는 완패였다.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선발전 때도 김태훈에게 패하면서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아시안게임 때 금메달을 목에 건 태훈 형님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그래서 제 주 무기인 발차기를 더 가다듬었죠. 제가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게 긴 다리잖아요?"

장준의 트레이드마크인 ‘왼발 머리내려차기’는 상대방에게 치명적이다. 사진은 장준이 한국체대 체육관에서 허공을 향해 발차기하는 모습.

장준은 동급 선수에 비해 키(183cm)가 크다. 팔다리 길이도 길어 좀처럼 상대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특기 역시 긴 발을 이용한 공격이다. 기술이 워낙 탁월해 긴 거리, 짧은 거리를 가리지 않고 순간적으로 상대에게 타격을 입힌다. 특히 트레이드마크로 삼는 왼발 머리내려차기는 상대방에게 치명적이다. 그는 이번 선발전에서도 김태훈을 상대로 왼발 내려차기로 승부를 걸어 완승했다.

"태훈 형님과 국내외에서 14번 싸워 7승7패였다가 이번 선발전 승리로 8승7패가 됐어요. 경기할 땐 형님, 선배라고 생각하지 않고 쓰러뜨려야 할 한 명의 선수로만 생각하려고 애를 써요. 이기든 지든 경기 후 항상 먼저 '형님 수고하셨어요'라고 예의를 갖춥니다."

장준은 18세이던 2018년 8월 모스크바 월드그랑프리시리즈 2차 대회에서 우승하며 김태훈이 2014년 중국 쑤저우에서 세운 최연소(20세) 우승 기록도 깼다.

◇올림픽 금 따고 아시안게임까지

김태훈을 넘고 올림픽 금메달에 한발 더 다가선 장준은 "절대로 방심하지 않겠다"고 했다. 작년 모스크바 그랑프리 파이널 결승에서 일격을 당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당시 유럽선수권 우승자인 이탈리아의 비토 델라킬라에게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1년 동안 이어진 국제대회 무패(23연승)도 끝났다.

"델라킬라와는 다른 대회 결승에서 두 번 만나 모두 이겼어요. 자신 있었는데 그만 허를 찔렸어요. 무패 기록이 끊어지니 너무 화가 났어요. '왜 그런 경기를 했지' 하는 생각이 밀려왔죠. 그때부터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라'는 말을 끊임없이 되새기고 있어요."

장준은 평소 사람 얼굴도 정면으로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내성적인 성격이다. 하지만 경기장에 들어서면 승부욕 활활 불타는 투사가 된다.

장준에게 올림픽 금메달은 4개의 주요 국제대회 정상에 오르기 위한 세 번째 여정이다. 그는 이미 그랑프리파이널(2018년)과 영국 맨체스터 세계선수권(2019년)에서 우승했다. 올해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2022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면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팬레터요? 아직 한 통도 못 받아봤어요. 제가 그리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만약 올림픽에서 멋진 플레이를 펼치면 또 모르죠. 하하. 한번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