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윤정(26)씨는 13일 낮 직장 동료들과 이탈리아식 레스토랑을 찾았다. 이전엔 샐러드, 파스타를 각자 포크로 덜어 먹었다. 하지만 이날은 40대 후반 직장 상사가 먼저 "공용 집게로 각자 접시에 덜어서 먹자"고 했다.

우한 코로나 감염증 영향으로 최근 '공용 집게'는 물론 찌개나 탕을 더는 데만 쓰는 '공용 숟가락'으로 개인 그릇에 덜어 먹는 풍경이 식당가에서 늘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예방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우한 코로나를 계기로 이런 식문화가 확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간 유증상자와 확진 전에 함께 식사하다가 우한 코로나에 전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국내외에서 연이어 발생했다. 6번 확진자는 지난달 22일 3번 확진자의 확진 전 강남의 한 식당에서 불고기 등을 함께 먹은 8일 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20번 확진자는 자가 격리 중이었던 15번 확진자(형부)와 1일 집에서 함께 식사하고 4일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홍콩에선 9일 확진받은 사람이 지난달 26일 일가친척 18명과 훠궈(중국식 샤부샤부)를 함께 먹었는데, 모두 11명이 집단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보고됐다.

◇'공용 젓가락' 쓰고 식사 중 침 안 튀게

통상 바이러스는 60도 이상 열에 닿으면 사멸한다. 이 때문에 '여러 사람이 한 그릇에 담긴 찌개나 국을 각자 숟가락으로 떠먹어도 바이러스는 옮지 않는다'는 게 통설이다. 하지만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식사 시간이 20~30분을 넘어가면 얘기가 다르다"고 했다. 찌개나 국이 식었을 때 여러 숟가락이 섞이면 바이러스가 충분히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소스나 반찬에 여러 젓가락이 뒤섞여도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있다. 현재 중국에선 '한 요리에 여러 사람 젓가락이 오가는 중국의 식문화가 우한 코로나 감염증 확산의 주원인일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불편해도 찌개나 국은 '공용 숟가락', 요리나 반찬도 '공용 젓가락'으로 각자 그릇에 덜어 먹어야 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식사 도중 대화하며 침이 튀는 것도 피해야 한다. 김우주 교수는 "식사 중 침이 튀는 걸 완전히 막긴 어려우니 전염병이 유행할 땐 되도록 여럿이 식사하는 자리는 피하는 게 좋다"고 했다.

◇손만큼 스마트폰도 자주 닦아야

우한 코로나 확산으로 스마트폰 세척제도 최근 불티나게 팔린다. 14일 한 소독제 판매 업체는 "지난해 10~12월엔 월평균 5000~6000개 정도 나가던 스마트폰 세척 스프레이가 최근 20여 일 사이 5만개 넘게 팔렸다"고 밝혔다.

김우주 교수는 "스마트폰을 손에 달고 사는 세상인 만큼 스마트폰 위생은 손 위생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연구진도 2018년 "스마트폰을 잘 닦고 관리하는 게 병균·바이러스 감염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엔 변기 시트보다 병균이 7~10배 더 많다. 싱가포르 보건 당국은 12일 브리핑에서 "마스크 쓰기보다 스마트폰을 깨끗이 관리하는 게 우한 코로나 예방에 더 중요하다"고 권했다.

MIT 연구진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살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외선(UV) 살균기를 쓰는 것이다. 이 밖에 미 미생물학자 찰스 저바 애리조나대 교수는 외신에 "물과 알코올을 6대4로 섞은 용액을 천 등에 묻혀 스마트폰을 닦으면 된다"고 했다.

다만 유리 세정제, 부엌 세제 등은 휴대폰의 방수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