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표 오피스 타운인 여의도의 한 샐러드 전문점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으로 샐러드를 먹고 있다. 젊은 여성의 전유물이던 샐러드는 최근 50대 남성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곱창, 닭발, 순댓국, 산 낙지, 내장탕…. 내 입맛이 중장년층 입맛에 얼마나 가까운지 알아보는 테스트. 열거한 음식을 많이 먹을수록 '아재 입맛'이란 농담이 있다. 주로 한식이나 술과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그러나 이제는 '샐러드'도 이 테스트에 포함해야 할지 모른다. 지난해 연말 한 중소기업 송년회.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진행된 송년회에서 50대에 접어든 A 상무는 스테이크, 파스타 등 고열량 음식 대신 샐러드만 먹었다. 학원을 운영하는 이모(52)씨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샐러드로 저녁을 대신한다. '아무튼, 주말'이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에 의뢰한 결과(20~50대 남녀 4025명 대상), 샐러드는 더 이상 20~30대 여성들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샐오남(샐러드 먹는 50대 남성)의 출현

지난 11일, 사무실이 밀집한 서울 중구의 한 샐러드 전문점. 50대로 보이는 남성 4명이 캐주얼 정장 차림으로 식당에 들어섰다. 이들은 점심 메뉴로 각자 샐러드를 시키고 커피를 곁들여 마셨다. 그 사이 중장년층으로 보이는 또 다른 남성이 샐러드 하나를 포장해서 나갔다. 점원이 "요즘은 여자와 남자 손님 비율이 6대4 정도로 거의 비슷하다"며 "특히 근처 회사의 중장년층 남성 손님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실제 '아무튼, 주말' 설문조사 결과 '샐러드를 식사 대용으로 먹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4%가 '그렇다'고 답했다. 나이별로는 30대(67%)가 가장 많았고, 이어 20대(65%), 50대(64%), 40대(60%) 순이었다. 보통 샐러드는 젊은 층이 많이 즐긴다고 생각하지만, 그 차이가 7% 포인트 내외로 크지 않았다. 특히 50대는 40대보다 샐러드를 더 많이 즐겼다.

성별로 보면 대부분 나이대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많았고, 그 차이는 20대에서 가장 컸다. 20대 여성 68%는 샐러드를 식사로 먹어본 경험이 있었지만, 20대 남성은 54%에 불과했다. 50대는 남녀 차이가 가장 작았다. 50대 여성 65%, 남성 63%가 밥 대신 샐러드를 끼니로 먹었다.

50대 남성은 전체 남성 중에서 식사로 샐러드를 먹은 경험이 가장 많았다. 50대 남성 29%가 한 달에 2~3번 식사 대신 샐러드를 먹는다고 했고, 일주일에 1번 이상 먹는다는 사람도 34%에 달했다. 20대 남성 중 한 달에 2~3번 샐러드를 먹는 사람은 22%, 일주일에 1번 이상은 32%였다.

남성 중역들 사이에서 인기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은 지난해 국내 샐러드 체인점 등을 분석해 '푸드 트렌드'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샐러드를 끼니로 섭취한 집단은 거주지가 대부분 수도권(54%)이었으며, 자영업 및 전문직(20%)의 비율이 높았다. 이들의 월평균 가계 수입은 504만원으로 대체로 소득 수준이 높았다.

실제 샐러드는 조직을 지휘하는 50대 남성 중역(重役)이나 부서장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에게는 잘 관리한 몸이 무엇보다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소중히 쓰는 이들에게 샐러드는 간편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SK케미칼 SV추진단에서 근무하는 김모(53) 부장은 3년째 구내식당에서 밥 대신 샐러드를 먹는다. 김 부장은 "나이가 있다 보니 신진대사가 느려서 먹은 것만큼 소화가 안 되더라"며 "저녁에는 약속도 많기 때문에 점심만이라도 혈압 조절이나 체중 감량 등을 위해 샐러드를 먹으려 하고 있다"고 했다.

설문조사에서도 50대 남성은 식사 대용으로 샐러드를 먹는 이유로 '건강을 위해서(43%)'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 다음이 '먹기가 간편해서(20%)'였다. 20·30대 여성에게서 '다이어트용(37%·35%)'이란 답이 가장 많이 나온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50대 이상 중역 중에는 유학파 등 해외 거주 경험자가 많아 점심에 가볍게 샐러드를 먹으며 일하는 문화가 익숙하기도 하다. 국내 한 대기업 대표 B씨는 점심에 간단하게 샐러드나 샌드위치를 먹으며 업무를 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B씨는 해외에서 대학을 졸업했으며, 외국계 회사 등에서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