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코로나19' 통계 신뢰위기
외신선 '10萬 감염설' '세계인구 60% 신종 감염' 주장 나오기도
"WHO 조사 시작하자 통계 기준 바꾼 것 아니냐" 지적도 있어

중국에서 매일 2000여 명 수준으로 증가하던 코로나19(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후베이(湖北)성의 집계 기준 변경으로 하루 사이 1만5000여 명(12일)까지 늘어나 바이러스 확산 공포가 커졌다. 하지만 다시 중국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5000여 명(13일)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날의 3분의 1수준이지만 기준 변경 전의 2.5배 수준이다. 후베이성을 제외한 중국 전역의 신규 확진자는 대체로 줄어드는 추세다.

외신에선 진단 시약이 부족해 검사를 못 받거나, 병실이 부족해 집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이미 10만~14만명이 감염됐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는 미⋅중 대학 공동 연구 결과가 보도됐다. 학계에선 앞으로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52억명)가 신종 감염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중국은 왜 지금 시점에서 통계기준을 바꿨는지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추이. 붉은 색이 신규 확진자수, 노란색은 신규 의심환자수. 단위: 명

14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13일 하루동안 중국 본토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5090명, 사망자가 121명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발병지 우한(武漢)이 속한 후베이성(湖北)에서 발생한 확진환자는 4823명, 사망자는 116명으로 전체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14일 0시 기준으로 중국 전역의 누적 확진자는 6만3851명, 사망자는 1380명이다.
하지만 이는 전날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발표한 누적 확진자(6만4894명)와 사망자(1488명)보다 적은 수치다. 중국 정부가 확진·사망자 가운데 중복 등을 이유로 일부 변경하면서 후베이성의 전날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 중에서 각각 1043명, 108명이 통계에서 빠져 하향 조정됐다.

중국의 ‘고무줄’ 통계와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처음에 파악했던 전염병 발병 패턴과 크게 다른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일본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에서 발생한 확진 사례를 제외하면, 중국 밖에서 극적인 사례 증가는 볼 수 없다"면서 "후베이성의 임상(臨牀) 진단 환자 1만3332명을 확인해보니, 대부분이 발병 초기 시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임상 진단 환자는 폐 손상 등 증상은 있지만 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陽性) 판정을 못 받은 사람들이다. 지금까지는 '의심 환자'로 분류돼 확진자로 보지 않았지만, 지난 12일부터 후베이성이 핵산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지 않아도 임상 소견과 폐 컴퓨터 단층 촬영으로 진단한 환자를 확진자로 통합하면서 수치가 급증했다. 라이언 팀장은 "이는 후베이성 내에서만 훈련된 의료진이 흉부 영상 검사를 토대로 의심 환자를 임상 진단상 확진자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후베이성을 제외한 중국 내 지역과 다른 국가는 실험실에서 (바이러스 검사를 통해) 확진 판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 전역에서 확산 중인 가운데 베이징시 당국이 10일부터 베이징 거주지에 대해 봉쇄식 관리를 시작했다. 베이징 한 아파트 주민이 배달음식을 받기 위해 통제된 출입구에서 배달원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전역의 지난 10일과 11일 신규 확진자는 2000명대를 유지했으나 후베이성의 통계 기준 변경으로 12일 1만5000명을 넘은 뒤 13일 5000여명 수준으로 다시 증가폭이 둔화되는 등 널뛰기를 하는 모습이다. 13일 하루 동안만 집계하면 후베이성에서 피해가 가장 심각한 우한의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3910명과 88명으로 후베이성 전체(확진자 4823명, 사망자 116명)의 80~90%정도다. 우한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지역에선 증가세가 완만하다.

질본 관계자는 "전날 중국에 정확한 통계 해석을 문의했으나 아직 답변이 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WHO의 조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황을)판단하겠다"고 했다.

WHO는 중국에서 코로나19의 확산 기세가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난 9일 국제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팀 선발대를 중국에 파견했다. 선발대는 브루스 아일워드 박사의 지도하에 중국 측 관계자들과 업무 범위를 확정한 상태이며, 후발대는 이번 주말 중국에 도착한다. 이 때문에 WHO가 구체적인 조사를 위해 중국에 국제 전문가를 파견하자 통계 기준을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국이 새 기준을 만들어 확진자 수를 늘린 이유에 대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조기 진단·치료를 통해 치료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변경"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그런 이유라면 왜 진작 나서지 않았는지, 사망자 및 확진자를 그동안 축소해왔던 건 아닌지 등의 의혹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중국내에서는 의료시설 등의 부족으로 확진판정을 받지 못하고 그 사이 세상을 떠난 환자들이 우한 폐렴 사망자로 분류되지 않아 실제 상황이 축소보고됐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 때문에 전세계 감염병 전문가들은 다양한 추측을 내놓는다. 아이라 롱기니 WHO 고문은 "확진자 한 명이 평균 2~3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전세계 인구의 ⅔ 가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됐다"며 "확진자가 만명대를 넘어 수십억명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현재 중국내 감염자가 8만~14만명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14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은 이 같이 보도하고 의학 논문 사전인쇄 플랫폼(medRxiv)에 수록된 미⋅중 대학 공동 연구 논문(미심사) 내용을 밝혔다. 춘제(설) 연휴기간 우한에서 저장성 원저우로 돌아간 3만3000명과 우한에서 싱가포르로 여행 간 1만여명을 조사한 결과, 우한 내부 감염률은 0.3∼0.6%, 윈저우 내부 감염률은 0.6%, 싱가포르 내부 감염률은 0.3%였다.

우한시는 춘제를 앞두고 500만명이 우한을 떠나고 900여만명이 남았다고 발표했지만, 우한에 있었던 1400만명 중 0.3∼0.6%의 감염률을 적용하면 우한의 감염자는 4만2000∼8만4000명으로 추정된다. 우한을 떠난 500만명 가운데 70%는 후베이성 다른 도시로 간 것으로 추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우한 이외 후베이 지역의 감염자는 약 2만1000∼3만5000명이다. 다른 성의 감염자(1만명) 등을 모두 합한 중국 전체의 감염자 추정치는 8만4000∼14만명으로 예상된다.

한편 중국 도시들은 연일 더 강력한 조치를 내놓고 있다. 후베이성 샤오간(孝感)시, 황강(黃岡)시에서도 이날 주민들에게 주택·아파트 단지 밖으로 못 나오게 하는 외출 금지령을 내렸다. 후베이성 스옌(十堰)시 장완(張灣)구, 샤오간시 다우(大悟)현은 주민들을 아예 건물 밖으로 못 나오게 하는 전시(戰時) 통제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