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더니든(미국 플로리다주), 이상학 기자] 한국과 일본의 동갑내기 투수가 나란히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합류했다. 1987년생 한국인 류현진(33), 일본인 야마구치 슌(33)이 그들로 같은 아시아 투수이지만 스프링 트레이닝 투수조 공식 훈련 첫 날 둘의 위치와 대우는 천지 차이였다.

메이저리그 선수의 위치는 클럽하우스 라커 위치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실력을 인정받은 베테랑 선수들에겐 이동이 편한 통로 측면과 옆 자리가 비어있어 넓게 쓸 수 있는 라커가 주어진다.

지난겨울 4년 총액 8000만 달러 FA 대박을 터뜨리며 토론토로 이적한 류현진은 빅리그 8년차 베테랑, 에이스 대우를 받았다. 통로 측면에 옆 자리가 비어있는 라커에 류현진의 등번호 99번이 적혀 있었다.

류현진의 옆으로 한 자리 건너뛰어 베테랑 투수 태너 로어크, 또 한 자리 건너뛰어 팀 내 야수 최고 연봉(1300만 달러)을 베테랑 외야수 랜달 그리척의 라커가 위치해 있었다. 류현진 포함 주축 3명이 라커 한 열을 넓게 차지했다.

반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토론토와 2년 최대 915만 달러에 계약한 야마구치는 달랐다. 5선발 경쟁 중인 그의 라커는 통로가 아닌 양 옆에 다른 선수가 있었다. 투수 유망주 네이트 피어슨, 구원투수 A.J. 콜 사이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비좁았다.

그들을 보러 온 취재진의 규모도 차이가 컸다. 이날 류현진 취재를 위해 한국을 찾은 미디어 관계자에는 40여명에 달했다. 워낙 인원이 많다 보니 훈련 후 류현진의 인터뷰는 클럽하우스 밖에서 진행됐다. 미국 현지기자들까지 합세하며 50명에 가까웠다.

대규모 취재 인원은 원래 스즈키 이치로, 다르빗슈 유, 오타니 쇼헤이 같은 일본 스타들의 상징과 같았다. 하지만 이날은 류현진이 구름 인파를 몰고 다녔고, 한국 취재진은 그의 동선을 따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에 비해 야마구치를 찾은 일본 취재진은 10명 안팎으로 적지도, 많지도 않았다.

류현진은 감독, 선수, 관계자로부터 토론토의 에이스 대우를 받고 있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우리는 에이스가 생겼다. 류현진이 에이스”라며 “흥분된다”는 표현을 반복했다. 현지 기자들도 류현진에게 에이스 관련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비해 야마구치는 일본 기자들과 간단히 인터뷰를 했다. 취업 비자 발급이 늦어져 구단이 훈련 일정 조정을 허용했지만 일본 하네다공항에서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를 거쳐 전날에야 더니든에 도착해 캠프 첫 날에 합류했다. 3시간만 자고도 이날 훈련에 임하며 빅리그 적응 의지를 보여줬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