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고위 당국자가 한반도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발사대를 추가 배치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발사대와 레이더, 지휘통제소 등으로 구성된 사드 포대에서 발사대를 떼내거나 별도의 발사대를 국내에 들여와 현재의 경북 성주 기지뿐 아니라 사드 방어망의 '사각지대'로 꼽히는 수도권 등 한반도 어디든 사드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는 취지다.

사실상 사드 추가 배치와 같은 효력을 볼 수 있는 이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는 물론 북한·중국에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존 힐 미 미사일방어국장(해군 중장)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 국방부 2021회계연도 예산안 브리핑에서 "사드 발사대와 포대를 분리할 수 있다면 한반도에 많은 유연성을 주게 될 것"이라며 "포대를 더 뒤로 놓을 수 있고, 레이더를 뒤로 옮길 수 있으며 발사대를 앞에 놓거나 추가 발사대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주한미군 연합긴급작전요구(JEON)'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JEON은 효과적인 미사일 방어를 위해 가용 자원인 사드, 패트리엇, SM-3의 레이더와 발사 시스템 등을 통합·관리하겠다는 미군의 청사진이다.

힐 국장은 2017년 사드 배치 당시 주한미군을 지휘한 빈센트 브룩스 전 사령관이 요구한 것이 JEON이었다며 "포대를 뒤로 옮기고, 추가 발사대를 가져다 앞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발사대와 포대를 얼마나 떨어뜨린다는 건지, 추가 발사대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을 갖고 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미군이 현재 성주 기지에 배치한 사드는 포대 시스템이 유선으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사드 발사대는 이동식이지만 한번 배치되면 포대와 연동해 움직여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미군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작년부터 원격 통제 시스템을 시험했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초 미군이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에서 실시한 사드 발사대 전개 훈련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미군은 또 패트리엇 레이더를 이용해 사드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안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 미군 기지 곳곳에 배치된 패트리엇 레이더를 사드 발사대에 연결해 사용하면 사실상 '준(準)사드'를 여러 개 추가 배치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성주에 배치된 사드는 수도권과 전방 지역은 방어할 수 없었는데, 이렇게 되면 수도권 방어도 가능해진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군사적 측면에서 사드 포대 하나만으로는 한반도 방어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며 "게다가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등 북한이 작년 5월부터 잇따라 선보인 새로운 무기 체계로 인해 (한반도) 방어 체계가 뚫렸으니 미국으로선 당연히 보강할 필요를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성주의 사드 포대가 3년 가까이 야전(임시) 배치 상태인 점도 미군의 '포대·발사대 분리 아이디어'를 자극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군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성주 기지의 사드 정식 배치가 얼마나 더 걸릴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방안이 현실화되면 중국·북한이 거세게 반발할 것이라는 점이다.

군 관계자는 "중국이 민감해하는 사드 레이더가 아니라 발사대만 추가해 북한의 위협에 대처한다는 구상이라 (중국을 설득할) 명분은 있다"면서도 "이미 사드 배치를 빌미로 무자비한 경제 해코지를 했던 중국이 다시 거칠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군 안팎에선 "중국 눈치를 보는 문재인 정부가 총대를 메고 미국의 계획에 반대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