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만갑 낚시 칼럼니스트·유튜브낚시교실 '허기자TV' 제작

손꼽아 기다렸던 얼음낚시가 이상 난동 탓에 실종되었다. 화천, 인제, 홍천의 얼음낚시 축제들은 큰 차질을 빚었다. 러시아에선 빙판이 녹아 얼음낚시를 하던 차량 수십 대가 물에 빠졌다는 소식이 토픽에 올랐다. 대한 추위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태공들은 2월 들어서도 영상 기온이 지속되자 한숨 속에 얼음낚시 장비를 도로 넣었다.

낚시인은 우울해도 물고기는 모처럼 따뜻한 겨울이 좋지 않았을까. 아니다. 오히려 얼지 않아서 더 춥다. 호수가 얼면 빙판이 온실 유리 역할을 해서 물속을 비닐하우스처럼 덥혀주는데, 얼지 않으면 찬 공기의 한기(寒氣)가 그대로 유입된다. 얼음낚시를 해보면 빙판 밑 수온은 낮에 섭씨 5~6도까지 올라간다. 얼기 전엔 안 낚이던 고기들이 얼음구멍 밑에선 잘 낚인다. 수십 년 만에 가장 따뜻한 올겨울은 민물고기들에게 가장 추운 겨울로 기억될 것이다.

바닷고기는 어떨까. 바다는 어차피 얼지 않기 때문에 따뜻한 겨울이 좋지 않을까. 역시 그 반대다. 해수온이 올라가면 산소량이 줄어 식생이 빈약해진다. 기체의 용해도는 온도에 반비례한다. 난류보다 한류에 산소가 많고 산소를 마시는 영양염류와 영양염을 먹는 해조류가 한류에 번성한다. 김과 미역이 모두 겨울에 자라는 것과 최북방 찬물에서 자란 백령도 미역을 높이 쳐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바다의 겨울은 육지의 여름과 같고 바다의 여름은 육지의 겨울과 같다.

TV 화면에서 다이버들이 즐겨 찾는 열대 바다의 고기 떼를 자주 보기 때문에 따뜻한 해역에 어족이 풍부하다고 알고 있지만 열대 바다엔 해초가 없어 산호초만 벗어나면 물고기가 많지 않다. 세계적 황금 어장은 그린란드, 사할린, 알래스카 등 춥고 위험한 극지 주변에 형성된다.

겨울엔 얼음이 얼어야 낚시꾼도 좋고 물고기도 좋다. 호수나 강의 얼음은 온실 유리 역할을 해 물속을 오히려 따뜻하게 만든다.

그래서 겨울철 이상 난동은 바다에 적신호다. 해조류가 쇠퇴하면 해초를 먹고 사는 고둥, 전복, 성게 등이 사라지고 해초밭에 은신하는 작은 물고기도 사라진다. 해양의 먹이사슬이 파괴되는 것이다. 최근 20년간 동해의 수온은 세계 평균 수온 상승치의 6배가 넘는 1.5도나 상승하면서 동해와 제주도에서 해초가 녹아내리는 '갯녹음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겨울이 따뜻해지면 틸라피아, 구피 같은 아열대성 외래 어종이 증가하는 것도 큰 문제다. 한반도 토착 어종들은 대부분 냉수 어종이라 추위에 강하지만 외래 어종들은 추위에 약하다. 그래서 물이 찬 강 상류나 고지대엔 서식하지 못하고 얕은 하천에선 혹한기에 동사하여 확산이 억제돼 왔다. 그런데 겨울 온난화가 지속되면 확산 범위가 넓어질 것이다.

자연은 오랜 순환의 규칙에 맞춰져 있다. 그 리듬이 깨지면 문제가 생긴다. 호수학 권위자인 강원대 김범철 교수는 "물고기들이 봄에 알을 낳는 것은 그때 치어의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 난동으로 플랑크톤이 일찍 번성하면 정작 치어 부화기엔 플랑크톤이 쇠퇴하여 치어 생존율이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겨울이 추워야 봄에 낚시가 잘된다. 겨울이 겨울 같지 않아서 봄도 봄 같지 않을까 걱정이다.

[덕후가 주는 TIP]

민물고기는 봄에 잘 낚이고 바닷고기는 가을에 잘 낚인다. 그 이유는 민물과 바닷물의 수온 변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민물은 수량이 적어서 빨리 데워지나 금세 식고 바닷물은 느리게 데워져서 천천히 식는다. 그래서 민물은 봄과 초여름에 물고기가 살기 좋은 적서(適棲)수온이 형성되고 바닷물은 가을과 초겨울에 적서수온이 형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