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에 미 억만장자 댄 프리드킨(Dan Friedkin)이 남몰래 웃고 있다. 프리드킨이 2년 전 투자한 신생 독립영화 전문 배급사 네온(NEON)이 미국과 캐나다에서 기생충 배급을 전담 하며 큰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생충 북미 배급사 네온에 투자한 미 억만장자 댄 프리드킨.

11일(현지시각) 미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네온은 기생충 스크린 수를 이번 주말 2000개로 늘릴 예정이다. 기생충은 작년 10월 뉴욕과 LA 상영관 3곳에서 개봉한 뒤 아카데미 시상식 직전까지 스크린 수가 1000여개 였다. 흥행 수익은 이미 제작비의 세 배를 웃도는 3500만달러로 집계 됐는데, 배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 된다.

프리드킨은 네온의 대주주인 기업투자회사 30WEST(30웨스트)의 설립자다. 현재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프리드킨은 지난 2017년 미 할리우드 최대 에이전시인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에이전시(CAA) 출신의 미카 그린과 함께 30WEST를 설립했다. 설립 이듬해 네온의 지분 과반수를 인수했다. 투자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기생충 흥행으로 인한 수익 상당부분이 30WEST를 통해 프리드킨에게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1955년생인 프리드킨은 자산이 4조8000억원에 이르는 억만장자다. 작년 말 이탈리아 프로축구리그 명문구단 AS로마를 인수하는 협상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인수 금액은 약 1조원에 달한다.

프리드킨은 일본 도요타의 미국 내 자동차 판매 법인을 소유하고 있다. 이 사업을 아버지에게 물려 받아 자산을 축적해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프리드킨그룹 산하에 접객업, 골프 및 여행업 회사를 두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영화 투자 및 배급사 임페러티브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미디어 엔터사업에도 진출,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그동안 미국, 유럽 영화에 주로 투자했던 프리드킨이 한국영화와 인연을 맺게 된 건 30웨스트 설립 과정에서 미카 그린을 비롯한 CAA 출신 에이전트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미카 그린은 CAA에서 근무하기 이전 독립영화 전문 배급사인 시네틱 미디어를 설립한 경험이 있어 관련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기생충 북미 배급사 네온이 작년 10월 기생충 개봉을 축하하며 인스타그램에 올린 뉴욕 IFC CENTER 상영관 외부 모습.

신생 배급사인 네온은 프리드킨의 투자를 바탕으로 지난 2017년 넷플릭스를 제치고 영화 아이, 토냐(I, TONYA)의 미국 판권을 따냈다. 아이 토냐의 흥행 수익은 3000만달러로 네온 창립 이래 최대 였다. 주연배우 앨리슨 재니가 오스카에서 여우조연상을 타며 네온이 미국 내에서 주목을 받게 된 계기가 됐다.

네온의 대표인 톰 퀸은 봉준호 감독의 열렬한 팬으로 유명하다. 봉 감독의 영화가 전세계의 관심을 받기 전에 괴물, 마더, 설국열차 등을 미국에 배급 해 봉 감독의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근에는 영화 살인의추억의 미국 판권을 구입했다. 개봉 초기에 상영관 수를 최소로 한 뒤 점차적으로 늘려가거나, 개봉 2주 만에 온라인으로 영화 배급에 나서거나, SNS에 영화 속 재밌는 장면을 짧게 편집해 올리는 등 독특한 마케팅 방식으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