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신종 코로나’(우한 폐렴) 바이러스가 배기관을 통해 전파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확진자가 거주하던 아파트 주민 1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에어로졸 감염’ 가능성이 제시된 홍콩 캉메이 아파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보건 당국과 경찰은 11일(현지 시각) 새벽 홍콩 칭이(靑衣)지역의 캉메이(康美)아파트에 사는 35가구 거주민 110명을 대피시켰다.

이는 전날 발생한 홍콩 내 42번째 우한 폐렴 확진자가 같은 아파트에 사는 12번째 확진자로 인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에 따른 조치였다. 62세 여성인 42번째 확진자는 이 아파트 307호에 살았는데, 지난달 30일 확정 판정을 받은 12번째 확진자가 거주하는 1307호에서 일직선으로 10층 아래다.

같은 라인(7호)에 사는 주민 사이에 확진자가 나오면서 배기관을 통해 공기중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돼 감염되는 ‘에어로졸 감염’ 가능성이 제기됐다.

위안궈융(袁國勇) 홍콩대 미생물학 교수는 현장 답사 후 "배설물을 옮기는 파이프라인이 공기 파이프와 이어져 있어 배설물에 있던 바이러스가 환풍기를 통해 아래층 화장실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12번째 확진자가 살던 1307호 화장실 변기에 남아있던 바이러스를 품은 공기가 바로 아래에 사는 42번째 확진자가 환풍기를 틀었을 때 배기관을 통해 307호 화장실로 이동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42번째 확진자와 같이 사는 아들과 며느리을 비롯해 같은 아파트 주민 3명도 의심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호흡기 바이러스 전염은 침방울로 인한 비말(飛沫·침방울) 전염과 공기 중에 떠다니는 바이러스 미립자를 들이마셔 감염되는 에어로졸 전염으로 나뉜다. 일반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로 감염을 막을 수 있는 비말 전염과 달리 에어로졸은 10m도 떠다닐 수 있어 같은 공간에만 있어도 전염될 수 있다. 홍역·결핵·수두 등이 대표적이다.

홍콩 캉메이 아파트 주민들을 소개시키는 정부 요원들.

다만 위안궈용 교수는 이번 사례가 지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당시 홍콩 타오다 아파트 집단 감염 사례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당시 사스 감염 남성이 화장실을 쓴 후 형성된 에어로졸이 윗집이 환풍기를 가동하자 공기가 통하는 욕실 배수구 등을 통해 퍼져 이 아파트에서만 321명이 사스에 걸렸다.

타오다 아파트의 경우 쉽게 마르는 ‘U자 배관’을 쓴 것이 문제였다면 이번에 감염자가 나온 캉메이 아파트는 다른 배관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위안궈융 교수는 "아직 정확한 전염 경로를 알 수 없으며 비말·접촉 등 다른 경로를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공기를 통한 전파 가능성도 있다"며 "예방 차원에서 아파트 소개 조처를 하고, 보건당국 관리들과 기술 인력이 비상 점검을 했다"고 했다.

한편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9일 중국 SNS 웨이보를 통해 "아직 신종코로나가 에어로졸이나 분변을 통한 경로로 전파된다는 증거는 확실치 않다"며 우한 폐렴이 에어로졸 형태로도 전파될 수 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