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로 정부가 사실상 비상근무 중인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각 부처에 "유튜브 구독자 1만명을 달성하라"는 지침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와 문체부는 각 부처의 이러한 '홍보 실적'을 정부 업무 평가에 공식적으로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자 각 부처에선 "우한 폐렴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인데 홍보 쥐어짜기 할 때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에 따르면, 문체부는 지난달 30일 각 부처에 'KPI(핵심 성과 지표) 목표 설정 기준 안내'라는 공문을 보냈다. 우한 폐렴 국내 확진자가 6명을 기록한 날이었다. 공문엔 각 부처가 유튜브·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에 개설한 홍보 채널의 구독자, 조회 수 등을 양적으로 측정해 평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평가 대상 채널은 모두 5곳이었다. 유튜브(30%), 페이스북(20%)을 필수로 평가하고, 나머지 3곳은 네이버 블로그·트위터·네이버포스트·인스타그램·카카오스토리 중에서 각 부처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디지털소통팀'이 설치된 30개 부처에는 유튜브 구독자 1만명, 미설치된 13개 부처에는 5000명 달성을 일괄적으로 요구했다. 지난 4일 현재 43개 부처 중 목표 미달인 부처는 21개였다. 이 부처들에선 "부처의 본질적 기능과 거리가 먼 홍보를 위해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라는 것이냐"며 "문재인 정부의 '홍보 집착'이 과도하다"는 불만이 나왔다. 실제 단기간 유튜브 구독자 등을 늘리려면 수천만원을 들여 전문 대행업체를 고용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유튜브 홍보 실적 평가' 기준으로 구독자 숫자뿐 아니라 '구독자 중 유효 시청자 비중' '평균 시청 지속 시간' 등 별도 기준을 충족시키면 별도의 가산점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또 유튜브 영상물 시청 시간을 늘리기 위해 구독자의 눈길을 끌 '킬러 콘텐츠'나 '시그니처 콘텐츠' 제작을 독려했다. 야당 관계자는 "결국 전 부처를 '홍보 기구화'하려는 것"이라며 "공무원에게 인터넷에서 '파워 블로거'가 되라는 말인데 전문 대행업체에 더 많은 돈을 써야 가능할 일"이라고 했다. 세금 지출을 크게 늘려야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문체부는 오는 17일을 기한으로 각 부처로부터 홍보 목표와 계획 등을 취합하고 있다. 청와대와 문체부는 이러한 '홍보 실적'을 매년 각 부처의 업무 평가 5대 과제 중 하나인 '정책 홍보'에 반영할 계획이다. 유튜브 등을 통한 '디지털 소통' 방침은 청와대가 재작년 뉴미디어비서관실을 '디지털소통센터'로 개편한 뒤 더욱 강화됐고, KPI 역시 센터 출범 후 신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체부 관계자는 "구독자 수 할당은 강제가 아닌 권고 차원이며, 부처 평가엔 SNS 관련 항목이 원래 포함돼 있어 큰 부담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각 부처의 정책 소통 기능 강화는 국민의 바른 정책 이해를 돕기 위한 당연한 사업"이라며 "청와대 지침 등 정치적 외부 요소나 우한 폐렴 등 돌발 변수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