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중국에서 누가 사회 현실을 폭로하는 이런 영화를 찍을 수 있겠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9일(미국 시각)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을 받은 후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라온 한 중국인의 반응이다. 중국에선 강력한 검열 때문에 계급 갈등을 풍자한 ‘기생충’ 같은 영화를 만들 엄두도 못낼 것이란 탄식이 담겼다.

‘기생충’이 오스카를 휩쓸자 중국 온라인에서도 큰 관심이 쏟아졌다. 중국 시각 10일 오후 5시 기준, 웨이보에서 해시태그 ‘#오스카#’는 조회수 102억 회를 넘겼고 ‘#기생충 오스카 작품상 수상#’과 ‘#기생충 국제영화상 수상#’도 조회수 수천 만건을 기록하며 인기 검색어 20위 안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소식이 연일 검색어 순위를 장악한 가운데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소식이 이례적으로 높은 순위에 올랐다.

한국 영화 ‘기생충’이 9일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을 받았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기생충’ 수상을 알리는 게시물에 ‘한국 영화는 일반적으로 평점이 너무 높다’는 댓글을 올렸다. 그러자 여기에 ‘한국엔 황해, 비열한 거리, 추격자 등 사회 진상을 고발하는 영화가 굉장히 많다’ ‘전혀 과대평가되지 않았다’ 등 반박 댓글 60여 개가 달리기도 했다.

중국에서도 ‘기생충’ 영화를 보고 싶다는 글도 많았다. ‘기생충’은 중국에선 개봉되지 않았다.

한국 영화 ‘기생충’이 9일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4관왕을 거머쥔 후,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 소식이 큰 관심을 끌었다.

2017년 중국 정부가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내린 후 한국 영화의 영화관 상영이 금지됐다. 일각에선 설령 한한령이 해제된다고 해도 이 영화가 빈부격차와 같은 사회 계급 문제를 담았기 때문에 중국 검열 당국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기생충’ 배급·투자를 맡은 CJ ENM 관계자는 "중국 기업이 ‘기생충’ 중국 판권을 사갔으나, 한한령 때문에 영화를 개봉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웨이보 이용자는 "중국 영화에 인물 소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리원량을 참고하라"고 썼다. 리원량은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위험을 온라인 메신저로 알렸다가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중국 경찰에 체포됐던 중국인 의사다. 리원량은 다신 허위사실을 유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경찰서에서 풀려난 후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를 돌보다 그 역시 감염돼 숨졌다. 많은 중국인이 리원량의 죽음을 애도하며 전염병 정보를 은폐하려고만 한 공산당 정부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