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아카데미!"

영화 기생충이 9일(현지시각)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아시아 최초로 각본상을 수상했다.

봉준호 감독(맨 오른쪽)과 한진원 작가(오른쪽에서 두번째)가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오스카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이날 미국 뉴욕LA 씨어터에서 열린 오스카에서 기생충 시나리오를 쓴 봉준호 감독과 한진원 작가가 유력한 수상 후보였던 쿠엔틴 타란티노(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샘 멘데스(1917) 등을 제치고 각본상을 수상했다. 기생충이 작품상에 가까워졌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한국어로 "시나리오를 쓴다는 게 사실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다. 국가를 대표해서 쓰는 건 아닌데"라고 말한 뒤 영어로 "이 상은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 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어로 "언제나 많은 영감을 주는 아내에게 감사하고 기생충 배우들에게도 고맙다"고 전했다.

한진원 작가는 영어로 "엄마, 아빠에게 감사하다"고 전한 뒤 한국어로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듯이 한국에 충무로가 있다"며 "충무로의 필름메이커들과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한 뒤 "땡큐 아카데미!"라고 외쳤다.

한국 영화가 오스카에서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1962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감독 신상옥)가 아카데미 문을 처음 노크한 이후 매년 출품됐지만 최종 후보에 오른 적이 없다. 2018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이 국제영화상 예비 후보에 든 것이 가장 좋은 성과였다.

아시아 영화가 각본상을 받은 것도 기생충이 처음이다. 외국어 영화로는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 이후 17년 만이다.

봉 감독과 공동 수상한 한진원 작가는 용인대 영화영상학과 05학번으로 연출팀으로 활동했다. 봉 감독과는 넷플릭스 영화 옥자로 만났다. 이때 한 작가를 눈여겨본 봉 감독이 그를 기생충에 공동 각본가로 합류 시켰다. 기생충은 시나리오 작가로서 데뷔작이다.

기생충은 미술상 후보에도 올랐으나 수상은 하지 못했다. 기생충의 주요 테마인 소득계층 간 격차를 반지하와 대저택으로 잘 구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은 이하준 미술감독과 조원우 세트 디자이너가 후보에 올랐다. 미술상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미술팀에게 돌아갔다.

기생충의 양진모 편집감독도 편집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양 감독은 긴박한 순간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편집으로 기생충의 재미를 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후보에 오른 것 만으로도 의미는 크다. 아시아계 감독이 편집상 후보에 오른 건 중국계 칸트 판(크라잉게임), 베트남계 톰 크로스(위플래시)에 이어 세번째다. 편집상은 ‘포드v페라리’팀에게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