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중국 광둥(廣東)성발(發)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3명이 나왔다. 그동안 후베이(湖北)성 우한을 다녀온 사람, 일본·태국·싱가포르에서 감염된 '제3국 감염'자는 있었지만 '우한 외 중국을 다녀와 우한 폐렴에 걸린' 국내 사례는 처음이다. 광둥성은 중국 내에서 우한 폐렴의 발원지인 후베이성에 이어 둘째로 확진자가 많은 지역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현재 후베이성에 다녀온 외국인만 입국 제한을 하고 있으며, 광둥성은 물론 저장성 등 중국의 다른 우한 폐렴 다발생 지역에서 입국하는 사람은 막지 않고 있다.

최고령 감염자… 검사 제때 못 받아

질병관리본부는 9일 "경기 시흥에 살고 있는 A씨(73)가 25번 확진자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지금까지 밝혀진 최고령 확진자다. 25번 확진자는 중국에 다녀온 적이 없으나, 함께 살고 있는 아들(51)과 며느리(37·중국인)가 최근 3개월 동안 중국에서 머물다 지난달 31일 광둥성에서 입국했다. 이날 오전 25번 확진이 확인되면서 방역 당국은 곧장 아들과 며느리도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에 격리해 감염 여부를 검사했다. 그 결과 이날 오후 4시 30분 두 사람 모두 26번 확진자·27번 확진자로 확인됐다. 광둥성에 다녀온 부부가 먼저 병에 감염됐고, 이후 모친에게 병을 옮겼다고 추정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오후 2시 브리핑에서 "며느리인 27번 확진자가 4일부터 잔기침을 했던 걸로 봤을 때 며느리가 먼저 발병했고, 25번 확진자에게 옮았다고 추정한다"고 했다.

시흥시는 25번 확진자가 6일 발열, 기침 등 증상이 나타나 이튿날인 7일 관내 선별진료소를 방문했지만 이날 중국에 다녀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한 폐렴 검사를 받지 못했고, 8일에야 검사를 받았다고 했다. 보건 당국은 7일부터 중국에 다녀오지 않은 사람도 우한 폐렴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했는데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광둥성(1131명)은 중국에서 후베이성(2만7100명)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은 지역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후베이성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은 막고, 내국인은 14일간 자가 격리를 시키고 있는데, 더 넓은 지역에 대한 입국 제한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진작부터 후베이성 밖도 입국 제한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정부가 듣지 않았다"며 "정치적 이유로 입국 제한을 확대하지 않다가 방역 시스템이 뚫렸다"고 했다.

한편 이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주일 동안 중국인 입국이 현저하게 줄고 있다"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전까지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했다. 현행대로 후베이성만 입국 금지를 하겠다는 의미였다. 다만 정부는 우리 국민에게 단순 관광 목적으로 태국·싱가포르 등과 같은 우한 폐렴 발생 국가를 방문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권고했다.

19·23번 확진자 추가 동선 공개

한편 질본은 이날 23번 확진자(57·중국 여성)의 동선을 추가 공개했다. 그는 지난 2일 낮 12시 15분부터 1시간가량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 머물렀다. 일본 의류 브랜드 '플리츠플리즈'(4층), 세금 환급 창구(1층)를 들렀다. 오후 1시쯤에는 지하 1층 중식당 '창화루'에서 식사하고 다시 세금 환급 창구로 갔다. 이후 이마트 마포공덕점에 가서 오후 2시 18분부터 4시 9분까지 약 2시간 머물렀다. 19번 확진자(36)는 지난 1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을 방문해 2시간 동안 삼성전자·폴로·수수가든(카페) 등 7개 매장을 돌아다녔던 것이 추가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