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는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하루 새 3명 늘어 27명이 됐다고 9일 밝혔다. 이날 오전 중국을 다녀온 적이 없는 경기 시흥시 거주 73세 한국인 여성이 25번 확진자로 나타났고, 이에 당국은 25번 확진자와 동거하면서 최근 석 달간 중국 광둥(廣東)성을 다녀온 아들(51)과 중국인 며느리(37)도 검사한 결과 아들 부부가 모두 26번·27번 확진자로 확인됐다. 국내에서 우한 폐렴 진원지인 후베이(湖北)성 이외 중국 지역을 다녀온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것이다. 이에 경기 시흥시 소재 어린이집 465곳에 휴원 권고 조치가 내려질 정도로 국민 불안감이 커졌지만 정부는 이날도 후베이성 이외 중국 지역으로 입국 제한 조치를 확대하지 않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9일 오후 3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 앞서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중국 내 다른 위험 지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도 상황에 따라 추가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회의를 마치고 오후 5시 50분 브리핑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국인 입국이 줄고 있다"며 "좀 더 상황이 급변하기 전까진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했다. 의료계가 권고해온 입국 제한 지역 확대 조치를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까지 미루겠다는 얘기다.

정 총리는 "중국 외에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한 주요 국가 입국자를 대상으로 검역을 강화하겠다"고도 했지만 이날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한편 정부는 시점을 밝히지 않은 채 아직도 남아 있는 우한의 교민 철수를 위해 3차 전세기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3차 전세기에는 한국행을 원하는 100여명을 태울 예정이며, 이번엔 중국 정부와 합의하에 우리 교민의 중국인 가족도 태울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중국 춘제(春節)가 끝나고 귀향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보건 당국은 감염자의 추가 유입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중국 춘제 휴가 연장이 9일 종료되고 10일부터 귀향이 예정돼 있다"며 "앞으로 1~2주간 우한시 외 중국 다른 지역으로부터 유입 가능성을 주목하며 방역 조치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