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께 안내 말씀 드립니다. 저희 롯데백화점은 7일 14시부로 임시 휴점합니다.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퇴점 부탁드립니다."

7일 오후 국내 우한 폐렴 23번째 확진자가 머물렀던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방역 작업을 마친 구청 직원들이 탄 차량이 주차장을 나오고 있다. 이 호텔은 오는 16일까지 영업을 중단할 예정이다.

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이런 안내 방송이 나왔다. 방송은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도 되풀이됐다. 고객들이 하나둘 출구로 향하는가 싶더니 어느덧 우르르 몰리기 시작했다. 발걸음도 빨라졌다. 베트남 관광객 A(31)씨는 인파에 휩쓸리면서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했다. 직원들도 부랴부랴 외투와 핸드백을 챙겨들고 탈출 행렬에 동참했다. 오후 2시 40분쯤 롯데백화점 본점 정문 셔터가 내려갔다. "아직 친구가 안에 있다"며 다시 백화점으로 들어가려던 한 여성은 직원의 제지에 막혔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이런 소동이 벌어진 것은 질병관리본부가 이날 국내 우한 폐렴 23번 확진자(57)인 중국 우한에서 온 관광객이 지난 2일 이 백화점에서 1시간쯤 쇼핑을 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하루 유동 인구는 평일 8만명, 주말 10만명이다. 직원은 5000명에 달한다. 이곳뿐 아니다. 이날 23번 확진자가 머물렀던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과 쇼핑했던 이마트 마포공덕점도 휴업에 들어갔다.

◇하루 고객 10만명 백화점에서 탈출 소동

23번 확진자는 일요일인 2일 낮 12시 15분부터 오후 1시 19분까지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았다. 구매 내용 확인 결과 4층 매장에서 가방을 구매했다. 다른 매장들의 방문 여부는 롯데백화점이 CCTV 등을 통해 추적 중이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임시 휴업한 뒤 10일 문을 다시 열지 검토할 예정이다. 1979년 개점 이후 이 백화점이 전염병 방역을 위해 폐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루 매출은 주말에 80억~100억원, 주중 60억원 수준이다. 이번 임시 휴점으로 인한 매출 손실은 200억원 정도에 달할 전망이다. 롯데백화점 본점과 맞닿아 있는 롯데시네마 영화관도 이날 문을 닫았다.

◇확진 유커, 호텔·백화점·마트 다녀

그는 백화점에 들르기 전에 머물던 서울시청 옆 프레지던트호텔에서 퇴실했고, 롯데백화점 본점에 들렀다가 2일 오후 2시 18분부터 4시 9분까지 이마트 마포공덕점을 방문하기도 했다. 7일 오후 이마트 마포공덕점 입구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중국인 확진자가 2월 2일 방문한 사실이 확인돼 임시 휴점을 결정하게 됐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132가구·20층짜리 주상복합 '대우월드마크마포'의 지하 2층~지상 2층에 입점해 있는 마포공덕점의 하루 손님은 주말 6000명, 직원 수는 200명에 달한다.

이처럼 7일 서울 중심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23번 확진자의 2일 동선은, 그가 아들과 딸을 보러 귀국한 지난달 23일부터 확진 판정을 받은 지난 6일까지 15일 가운데 하루에 불과하다. 우한 폐렴 의심 증상이 생긴 후 집에 머무른 3~6일을 빼면 열흘간 행적이 아직 묘연한 상태다.

◇19번 확진자, 송파 집과 분당 회사 오가

질본은 7일 싱가포르를 다녀온 19번 확진자(36)의 동선도 공개했다. 그의 직장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는 귀국 이후 5일 격리 이전까지 1월 31일, 2월 2일 등 최소 두 차례 분당의 회사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점심에는 회사 부근 음식점인 통영별미에 들렀다. 6일엔 그의 집이 9510가구 규모 대단지 아파트인 헬리오시티라는 점이 드러나 인근 학교들이 휴업에 들어갔다. 7일엔 그의 직장이 분당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한 폐렴 국내 확진 환자의 동선에 처음으로 분당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