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래건 사회정책부 기자

A씨는 부산에서 몸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요양보호사를 보내주는 방문요양센터를 운영한다. 그는 "작년 12월치 일자리안정자금 지원금을 아직도 못 받았다"고 했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 1만원'을 추진하다 생긴 부작용을 수습하기 위한 '땜질용 대책'이다. 정부가 직원 임금을 보태주는 것이다. A씨의 방문요양센터는 그동안 요양보호사 40명분의 지원금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작년 12월치는 못 받았다. 지급일이 올 1월이라서 2020년 예산으로 돈을 줘야 하는데 올해는 예산이 줄어드는 바람에 방문요양센터 등 노인장기요양기관이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 김씨가 "해가 바뀌었다고 못 준다는 게 말이 되냐"고 따졌지만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첫해인 2018년엔 고용노동부 장관이 공무원들에게 "신청서 들고 거리로 나가라"고 등을 떠밀어야 될 정도로 신청자가 적었지만, 경기 악화 등으로 수요가 몰렸다. 지난해엔 배정된 예산으로 모자라 정부 비상금인 예비비까지 끌어 쓸 지경이었다. 그러자 정부가 지원 기준을 강화하고 지원금 줄이기에 나서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요양원, 방문요양센터 등 전국 노인장기요양기관 1만6500곳이 A씨와 똑같은 일을 겪었다. 이들은 "계속 지원해달라"며 집단 반발했다. 결국 정부는 설 직전 "다시 주겠다"며 백기를 들었다. 서울 강남의 성형 외과와 로펌들까지 지원금을 타 갔다는데 요양 기관들은 안 된다고 하니 "왜 우리만 안 되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못 주겠다"던 방침이 180도 뒤집어지는 데 한 달이 채 안 걸렸다.

다시 주기로 결정했지만, 이 내용은 당사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아직도 사업 시행 기관인 근로복지공단에 물어보면 "정확히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온다고 한다. 안내 우편물 발송도 일러야 다음 주다. 그동안 A씨를 포함한 당사자들은 "다시 준다는데 진짜인지 모르겠다"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2조원이 넘게 들어가는 사업인데 이렇게 허술하게 진행됐다.

사실 정부는 사업 초기부터 지원 기준을 놓고 오락가락했다. 2018년엔 노인장기요양기관을 지원 대상에 넣지 않았다. 그러다 2019년 "취약 계층 지원을 강화한다"며 대상에 넣었다. 올해 다시 뺐다가 반발이 커지자 주겠다고 재차 말을 바꾼 것이다.

이는 애초 정부가 앞뒤 재지 않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몰아붙이면서 생긴 문제다. 부작용이 커지자 급하게 세금으로 틀어막았는데 눈덩이처럼 부담이 커지자 어쩔 줄 모르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이 지원금은 다음 대선이 있는 2022년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하지만 그때 또 누가 무슨 말을 할지 어떻게 알겠는가. 나쁜 쪽으로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하는 정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