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악마|줄리아 쇼 지음|김성훈 옮김|현암사|352쪽|1만7000원 강아지, 병아리 같은 아기 동물을 보고 너무 귀여운 나머지 괴롭히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 적이 있는가? 영국 심리학자인 저자는 “귀여운 대상을 해치고 싶어 하는 느낌은 흔해서 이를 지칭하는 ‘귀여운 공격성(cute aggression)’이란 용어도 따로 있다”고 말한다. 2015년 예일대 연구팀이 한 팀엔 다 자란 동물 사진을, 다른 팀엔 아기 동물 사진을 보여주고 짓누르고 싶은 충동이 들 때 ‘뽁뽁이’를 터뜨리라고 했더니, 아기 동물 사진을 본 팀이 뽁뽁이를 훨씬 많이 터뜨렸다. 저자는 이를 “가학성이라기보다는 뇌(腦)가 귀엽다는 감정에 과부하가 걸려 정신줄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는 의미”라 해석한다. 그리고 묻는다. 이러한 감정은 악(惡)인가?

"악하다는 생각이 악을 만들어낸다"는 니체의 말을 실마리 삼아 '악'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내면에 있다고 이야기하는 책이다. 미국 연구에 따르면 직장 상사를 고층 유리창 밖으로 내던지는 상상 같은 '살인 공상'은 남성 79%, 여성 58%가 해 본 적 있을 만큼 일반적이다. 나치 독일 공범이 100만명이었던 것처럼 선한 개인이 집단의 광기에 휩쓸려 악인이 되기도 한다.

사디즘, 살인충동 등을 탐구하며 저자가 내리는 결론은 어두운 감정이 ‘악’으로 발현되지 않도록 하는 ‘도덕적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 뻔한 것 같은 이런 문장이 의외로 울림을 준다. “우리는 자신의 도덕성을 외부에 위탁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부적절해 보이는 일을 지시하는 권위에 대해서는 들고 일어서야 한다.”(275쪽) 원제 Ev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