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감염학회 간담회…"다른 감염병 모두 신종 코로나로 의심해 과잉진료하는 상황 올수도"

국내 16·18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발생한 광주 광산구 광주 21세기병원의 외부 출입문이 밧줄에 묶여 있다.

"국가를 특정하지 않고 의사 소견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게한 건 고무적이다. 하지만 ‘동남아 갔다왔는데 목 아파서 왔어요’ 하는 환자 진료볼 수도 있다. (우한 폐렴이)좀 더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서 오는 (사람들에 대한) 방역이 소홀해질수 있다"(김태형 순천향대 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환자들이 검사를 원하며 선별진료소에 몰리고, 이로 인해 발견해야 할 환자는 놓치거나 진단이 늦어질 수 있고, 환자들이 섞이면서 (바이러스가)전파될 우려도 있다"(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7일부터 중국에 방문한 적이 없는 사람도 의사의 판단 아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방역망이 확충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되레 검사를 할 수 있게 된 50여개 민간의료기관에도 많은 사람이 몰리며 혼란을 빚고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감염학회가 6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는 이 같은 우려들이 적지 않이 쏟아졌다. 손장욱 고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선별 진료에서 의사재량권이 생긴 건 굉장히 긍정적이지만 그랬는데도 환자를 놓치면 어떻게 할 것인지 굉장히 두려워한다"며 "과잉진료가 될 수밖에 없다. 누구나 다 검사해서, (진단) 현장이 마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껏 신종 코로나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검사는 전국 18개 보건환경연구원에서만 가능했지만, 정부는 이날부터 50여개 민간 병원에도 이 검사를 할 수 있게 지침을 개정했다. 방역당국은 이들 의료기관에서 하루에 2000여건 정도의 검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의심 환자들이 병원을 찾게 되며, 이런 의료기관이 오히려 바이러스 확산의 '발원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 교수는 "텐트, 음압격리실이 하나씩 있는 등 대부분 선별진료소 (시설이) 굉장히 열악하다. 여기서 전파될 가능성도 높다"며 "사스, 신종 플루, 메르스를 겪고 이번에 (신종 코로나를) 또 겪고 있지만, 공공 의료체계는 바뀐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김성란 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장(고대구로병원 감염관리팀장)도 "감염자인 사람과 아닌 사람이 서로 (진료소에서) 접촉하며 감염되는 게 아닐까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는 시기에 우한 폐렴이 발생했는데 초기 증상이 감기와 구분하기 힘든 현실도 과잉진료와 진료소 내 감염 가능성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신종코로나 감염은 감기와 감별이 어려운데, 감기가 유행하는 겨울철이라 감별진단이 더 어렵다"며 "(감염 여부가) 궁금해서 왔는데 진료소에서 진짜 환자를 만나 감염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최원석 교수는 "다양한 호흡기 감염병을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의심하면서 봐야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라며 "국민과 의료진이 모두 난감한 상황에 정부가 어떤 대책을 가질 지 모르겠다"고 했다. 최 교수는 검사 대상 확대로 역학적 고리가 확인되지 않은 환자가 등장할 수 있는데 그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도 했다. 역학적 고리가 환자를 선별할 때 중요한 단서로 증상만으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감기를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백 이사장은 "경증이라면, '타이레놀' 먹고 지낼 수 있는 상황이라면 바로 진료소를 찾지 말고 자가 격리하며 지내다가 2~3일 뒤에도 계속 나빠지면 그때 검사를 받는 게 적절하다는 생각"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신종 코로나 감염증 확산 단계가 현재 '지역사회 전파'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놓지 못했다.

김태형 순천향대 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면서도 "연결고리가 없는 감염자가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려하고 대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감염병 위기경보를 심각단계로 격상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 이르다는 의견이 나왔다. 신영식 국립중앙의료원 센터장은 "경미한 환자가 쫙 퍼졌다고 심각으로 볼 수 없다"며 "신종이라 고려해 볼 수 있지만 경미한데 쫙 퍼졌다면 심각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