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선거관리위원회는 6일 정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추천과 관련해 당 지도부가 자체적 판단으로 후보를 전략공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또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안철수신당'의 당명 사용도 불허했다. 자유한국당은 "범여권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선거법에 따라 선관위가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 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비례 공천까지 간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철수신당 측도 "선관위가 당명 문제를 앞세워 창당을 방해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선관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당 대표나 최고위원회의 등이 비례대표의 후보자 및 순위를 결정해 추천하는 '전략공천'이 적법하지 않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범여 군소정당 등 이른바 '4+1' 협의체가 통과시킨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제47조 2항을 근거로 들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를 추천하는 경우 정당은 민주적 심사절차를 거쳐 대의원·당원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민주적 투표절차에 따라 추천할 후보자를 결정한다'는 내용이다. 2016년 총선 당시 민주당 친문(친문재인)계가 김종인 대표의 비례대표 전략공천을 막기 위해 도입했던 당원 투표 제도를 일방적으로 법제화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는 전략공천을 무제한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비례대표만 이를 막는 것은 미래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의 공천을 제한하기 위한 의도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또 헌법과 정당법상 정당 활동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야당 관계자는 "선관위가 정당의 자유를 침해하면서까지 사실상 정권 총선 전략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것"이라고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전략공천 불허 방침을 우선 밝히고 구체적인 대안은 추가 질의 과정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선관위는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해 선거인단 표결 순으로 비례 순번을 결정하는 방안, 당 사무처가 비례대표 순번을 정한 뒤 선거인단이 찬반 표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선관위는 '안철수 신당' 명칭 사용 불허 관련해선 "현역 정치인의 성명을 정당의 명칭에 명시적으로 포함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정당의 목적과 본질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고, 정당 지배 질서의 비민주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정치인의 성명이 포함된 정당명을 허용할 경우에는 정당 활동이라는 구실로 사실상의 사전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선관위는 "투표 과정에서 현역 정치인(안철수)과 실제 후보자를 오인·혼동케 하여 유권자의 의사가 왜곡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과거 '박근혜 대통령님 대사모당'도 명칭 사용을 불허했다고 했다. 선관위는 한국당의 비례 정당인 '비례자유한국당'에 대해서도 사용 불허 결정을 내렸었다. 야당의 당명에 대해선 유독 강하게 제동을 걸어온 것이다.

'안철수신당'은 "헌법과 무관한 과도한 해석으로 정당 설립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정치적 판단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선관위 결정이 철회되지 않으면 일단 새로운 당명을 선정하겠다고 했다.

한편 선관위는 서울시교육청 등이 추진해온 초·중·고등학생 대상 모의 투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선관위는 "선거권이 없는 학생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교원이 교육청의 계획하에 모의 투표를 하는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