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6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확산하는 가운데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형 일자리 상생 협약식'에 마스크를 쓰고 참석했다. 청와대는 "신종 코로나 사태에도 안전 및 방역과 경제 행보는 투 트랙으로 진행한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부터 관계 장관, 부산시장 등 300명 가까운 정·관계 인사와 시민들이 우한 폐렴 확산 상황에서 한자리에 모여 모두 마스크를 쓰고 행사를 진행해야 할 만큼 중대하고 시급한 일이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일부 참석자는 발열 증세로 행사장에 입장하지 못하고 귀가 조치됐다. 정치권에선 작년에 매달 한 번꼴로 부산·경남을 방문했던 문 대통령이 4월 총선을 앞두고 무리하게 행사를 진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경남은 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면서, 이번 총선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文대통령, 마스크 쓰고 부산行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 중인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에선 참가자 300여 명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앞줄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오거돈 부산시장, 문 대통령, 조용국 코렌스 회장.

협약식 행사에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은 물론 홍남기 경제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오거돈 부산시장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협약은 전기차 부품 업체 코렌스와 20여 협력업체가 2031년까지 총 7600억원을 투자해 43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내용이다. 부산시는 이미 작년 7월 코렌스와 투자 협약식을 갖고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날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로 다시 발표가 난 것이다. 대통령과 장관들이 대규모로 참석하는 행사를 연 것은 협약 내용보다는 행사 자체에 무게를 싣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대통령부터 장관 등 300여 인사가 모두 마스크를 쓰고 행사에 참석하는 모습이 연출된 것을 두고 우려도 나왔다. 재계에서는 "해외에서 한국에 무슨 큰일이 벌어진 것처럼 보이지 않겠느냐" "불안감을 증폭할 여지가 있다"는 말이 나왔다.

이날 협약식은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가 4명 더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열렸다. 청와대와 부산시는 당초 더 큰 규모로 행사를 기획했다가 우한 폐렴을 고려해 참석 인원을 300명 수준으로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방역과 위생도 각별히 신경 써야 했다. 행사가 열린 부산시청 2층 로비 입구에선 방역 요원들이 발열 감지기와 손 소독제, 마스크 등을 비치한 채 참석자들 상태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하지만 참석 대상자 300여 명 중 2명은 행사 시작 전 발열 감지기 검사에서 체온이 37도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 입장하지 못했다. 이들은 최근 외국에 다녀온 기록이 없고, 발열 외 다른 의심 증상은 보이지 않아 보건 교육 후 귀가 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공식·비공식으로 17차례 PK (부산·경남) 지역을 방문했던 문 대통령은 작년 11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이후 두 달여 만에 다시 부산을 찾았다. 지난 설 연휴 양산 자택 방문을 기점으로 하면 11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부산형 일자리는 광주·밀양·대구·구미·횡성·군산에 이어 일곱 번째 지역 상생형 일자리"라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비상 상황 속에 있지만, 경제 활력을 지키고 키우는 일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 중 '부산'이란 단어를 37차례 언급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 갈매기'도 언급했다. "'부산 갈매기'를 열창하는 야구팬들의 열기로 부산 사직구장은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인 스포츠 구장이 됐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부산은 반드시 대한민국 경제의 희망이 될 것"이라며 "'함께하면 못 해낼 것이 없다'는 부산의 정신이야말로 부산과 대한민국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했다. 연설의 절반가량을 '부산 예찬'에 할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