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의 간판스타인 구자욱(27·사진)은 요즘 2군 구장인 경북 경산 볼파크에서 훈련 중이다. 지난달 30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시작된 전지훈련엔 불참했다. 연봉 협상이 틀어진 탓이다. 구단은 구자욱의 작년 연봉(3억원)에서 10%를 삭감한 2억7000만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욱 측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버티고 있다. 양쪽이 갈등을 빚는 금액 차이는 3000만원. 한쪽이 눈만 딱 감으면 충분히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액수다. 그런데 왜 양쪽은 평행선을 달릴까.

"잘할 땐 찔끔 올려주더니…"

구자욱은 대구고 졸업 후 2012시즌을 앞두고 고향 팀인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먼저 상무를 거친 뒤 2015년 1군에 데뷔해 타율 0.349 11홈런 97득점으로 활약하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야구 실력으로 단숨에 '프랜차이즈 스타'가 됐다.

구자욱이 구단에 섭섭할 만한 이유는 있다. 그는 "잘했을 때 많이 못 받았다"는 주장을 편다. 1군 데뷔 첫해 신인 최저 연봉인 2700만원을 받았던 그는 이듬해 연봉이 8000만원으로 뛰었다. 하지만 성적이 비슷했던 신인왕 경쟁자 김하성(25·키움)의 절반에 그쳤다. 매년 꾸준한 활약을 펼쳤지만 연봉 인상 폭은 그 뒤에도 크지 않았다. 작년에는 협상 때 아예 구단에 백지위임하기도 했다. 구자욱과 같은 해 삼성 유니폼을 입은 박해민은 지난 시즌 타율 0.239 5홈런에 그쳐 올해 연봉이 작년보다 6000만원 깎였는데도 구자욱의 작년 연봉(3억원)과 같다. 구자욱과 신인왕 경쟁을 펼쳤던 김하성은 올해 연봉이 5억5000만원이다.

구자욱은 올해 처음으로 타율이 3할에 못 미쳤다. 2017, 2018년 스무 개를 넘겼던 홈런도 15개로 줄었다. 구자욱도 작년 부진을 받아들이고 "연봉 삭감은 받아들일 여지가 있지만, 3000만원은 지나치다"고 말한다.

삼성 "형평성 때문에 타협 불가"

삼성 구단은 이에 대해 "다른 선수와 형평성을 지켜야 한다. '버티면 올려준다'는 전례는 안 만들겠다"는 주장을 편다. 지난해 9위에 머문 삼성은 올해 '연봉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다. 최근 3년간 거포 역할을 했던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와 금액 차가 크자 곧바로 결별했고, 1억원을 요구했던 '해외 복귀파' 이학주와도 줄다리기 끝에 구단 제시액(9000만원)을 관철시켰다.

삼성은 8차례 우승했다. KIA(해태 포함·11회)에 이어 둘째로 많다. 모기업 삼성의 풍부한 자금력을 앞세워 최고 기량을 지닌 FA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결과다. 하지만 2016년부터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공교롭게 야구단이 제일기획 산하로 들어간 시기와 일치한다. 옛날보다 선수에 대한 투자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 문제로 간판스타와 2월까지 갈등을 빚는 것은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야구인들도 "3000만원 정도 차이 때문에 삼성이 간판스타와 갈등을 빚는 일은 과거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삼성 구단 홈페이지에는 '구자욱 연봉을 동결해달라' '삼성의 연봉 셈법을 이해할 수 없다'는 팬들의 글이 수십 개 올라왔다. 그동안 성적과 인기에 비해 홀대받았는데 한 해 부진했다고 삭감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구자욱과 구단이 합의에 다다르지 못하면 KBO 연봉조정신청까지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