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에만 4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오면서 국내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는 23명으로 늘었다. 600명이 근무하는 대기업 본사 직원(20번), 교회에서 교인에게 옮은 사람(21번), 설날에 여동생과 함께 밥을 먹고 걸린 남성(22번), 2주 동안 당국의 추적에서 벗어나 서울을 돌아다닌 중국 우한 출신 50대 여성(23번)이 확진됐다. 20번이 근무하던 GS홈쇼핑 본사 사옥은 8일까지 폐쇄됐고, 22번 확진자가 다니던 광주우편집중국도 지난 5일부터 건물 출입을 막았다. 전날엔 서울 송파구 1만 가구 규모 대단지 아파트 헬리오시티에 사는 감염자(19번)가 나오면서 헬리오시티 인근 학교는 이날부터 휴업에 들어갔다.

사진=연합뉴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이날부터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지역사회 전파란 누가 누구에게 전파했는지 추적이 어려운 상황으로, 확진자를 격리하는 현행 방역 체계가 무력화되는 시점을 말한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역사회로 확산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같은 날 오후 "경증 환자를 통한 감염이 확산되면서 지역사회 전파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방역 대책의 사령탑 격인 고위 공무원들이 잇따라 지역사회 전파를 공개 경고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중국에 다녀온 사람과 이들과 접촉했던 사람들만 확진돼, '지역사회 전파(유행)'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23번 확진자는 이번 감염병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지난달 23일 입국해 보름 이상 서울에서 체류하고 있다가 지난 5일에야 보건 당국에 의해 서울 서대문구의 다가구주택에서 발견됐다. 23번 확진자는 정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우한에서 입국한 전수(全數)조사 대상 외국인' 398명에 포함됐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뒤늦게 확인됐다. 그는 국내 입국해 보름 동안 서울 중구와 서대문구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감염시켰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6일 자정 기준으로 전수조사 대상에 포함됐지만 소재조차 모르는 우한에서 입국한 외국인은 29명에 달한다. 추가 확진자가 더 늘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