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복지부 차관이 6일 "신종 감염병의 국내 유입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지역 사회로의 확산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어 비상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발표했다. 국내 감염자는 어제 하루에만 4명 증가해 23명이 됐다. 지역사회 확산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가는 중간 단계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방역 당국이 신규 감염자의 감염 경로를 확인하거나 추정할 수 있었다. 지역사회 확산으로 가면 감염 경로가 오리무중이 된다. 감염자와 접촉자를 찾아 격리함으로써 확산을 막는 현재의 방역은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싱가포르에서 감염돼 들어온 17번 환자는 발열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 세 곳을 전전했지만 중국을 다녀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사조차 받지 못했다. 그가 방문했다는 서울역 음식점에서 기차를 탈 승객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다면 신규 감염자의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16번 환자는 폐렴 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 검사가 필요하다"고 보건소에 문서까지 보냈지만 방치되다 결국 병원 한 곳 전체를 감염시키며 환자·의료진 120명이 격리되는 사태를 초래했다.

우한 폐렴은 사스·메르스와 달리 경증, 무증상 상태에서도 감염을 일으키고, 밀폐 공간에선 공기 중 감염 가능성까지 있고, 바이러스 생존 기간이 길게는 5일까지 간다고 한다. 환자 한 명이 2.24~3.58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명이 평균 세 명을 감염시킨다면 다섯 사이클이면 1000명 넘는(1→4→16→64→256→1024명) 환자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의 바이러스 차단 능력은 국민 불안만 증폭시키고 있다. 확진자 23명 가운데 2차·3차 감염자가 9명이나 된다. 일본·태국·싱가포르에서 감염돼 돌아온 환자 네 명은 발열 등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음식점과 수퍼마켓 등 다중이용 시설을 들르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고 한다. 방역 당국이 모르는 사이 이들 네 명이 접촉한 사람 중 밝혀진 것만 875명이다. 다시 이들로부터 몇 명의 2차·3차 감염으로 번졌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당 지도부에서는 한때 "승기를 잡았다"는 식의 밑도 끝도 없는 낙관론이 나왔다. 정부가 잘 대처해서 감염 확산을 억제하고 있다는 홍보부터 하려 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가 후베이성 외 중국 전역과 동남아 등지로 급속 확산되는 사이 정부는 후베이성 위주 방역에 치중해 왔다. 지역사회로의 확산만은 막아야 하지만, 정부 능력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