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만났다

"VR로 사람의 마음에 스며들고 싶었죠."

김종우 PD가 VR 다큐 '너를 만났다'를 기획한 배경을 밝혔다.

김 PD는 6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너를 만났다' 시연회에서 "그리워하는 누군가를 만나는 과정을 만들어봤다. 예전에 '하늘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별 보러 간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이 다큐를 기획하게 됐다"며 "'기억은 무엇일까'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사는 게 기억 같다. 결국 기억은 너와 만나 했던 일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사람은 무엇이고, 또 사람을 구성하는 요소가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기술을 가지고 쇼를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스며들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다큐에 출연해준 어머니는 딸과 말할 기회가 필요했다. 딸이 떠나던 날, 그날이 마지막인지도 모르고 딸의 투정을 타일렀던 것이 너무 후회된다고 하더라. 한 번쯤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자리를 만들고,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는 만남이 되도록 노력했다"면서 "제작비는 1억원 정도 들었다. 절반은 VR 제작에 들어갔다. 비브스튜디오가 해볼 만한 일이라며 돈을 따지지 않고 임해줬다"며 고마워했다.
'너를 만났다'는 누군가의 기억 속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을 VR로 구현, 기억의 순간을 다시 불러오는 프로젝트다. 7세 어린 나이에 혈액암으로 세상을 떠난 딸을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소원을 VR를 통해 이룬다.이현석 비브스튜디오 VR 제작 PD는 "처음 이 프로젝트를 제안 받고 상당히 신중했다. 어머니가 건강한 철학을 가지고 이 프로젝트에 임하는 걸 알게 됐다"며 "어머니가 블로그에도 적었는데, '이 아이를 기억해주지 않으면 없었던 아이가 되니까 끝까지 기억하고 싶다'고 해 마음에 와 닿았다. 딸을 한 번 만나서 이야기하고 털어놓을 수 있는 작은 계기만 만들어 줘도 우리는 이 가족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VR이 엔터테인먼트 측면이 크지 않느냐"면서 "이런 프로젝트처럼 위로하는 콘텐츠로 만들면 사람들에게 가까워질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PD는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VR 산업이 붐을 일으키길 바라고 참여한게 아니다. 한 가족을 위로하는데 집중했다. VR이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역할을 할 가능성을 봤다. 사랑하는 사람을 추모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모두의 염려처럼 VR은 어떤 식으로 발전하든 신중해야 하는데, 사람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길 빈다. 사업적 측면에서 성장하기보다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기술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너를 만났다'는 이날 오후 10시5분 방송된다. 다음달 12일 오후 10시5분에는 제작 비하인드를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