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 "사스⋅메르스 때 에이즈치료제 등 항바이러스제 투입"
"2번 환자 바이러스 완전 소실... 재감염⋅추가 전파 우려 안해도 된다"
1번 환자도 내일 격리해제 결정 검토… 중국인이라 퇴원은 늦어질 듯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2번째 확진 환자가 퇴원한 5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2번 환자 주치의 진범식 감염내과 전문의가 퇴원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진범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

국내에서 2번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확진받은 환자가 5일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국내 우한 폐렴 확진자 중 첫 퇴원 사례다.

진범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5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2번 확진 환자의 치료 과정과 경과 등에 관한 기자회견을 통해 "2번째 확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검사에서 6번의 음성 판정을 받고 오늘(5일) 퇴원했다"고 밝혔다.

55세 한국인 남성인 2번 확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지난해 4월부터 근무하다 올해 1월 10일 인후통 증상을 처음 느꼈다. 이후 1월 19일경 몸살 증상이 심해져 현지 병원을 방문했으나 당시 체온은 정상이었고 1월 20~22일 감기약만 처방받아 복용했다.

같은 달 22일 우한을 떠나 상하이를 경유해 김포공항으로 입국했다. 검역 과정에서 발열감시카메라에 체온이 37.8도로 확인됐으나,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은 없었다. 하루 뒤인 23일 인후통이 악화돼 관할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진료를 받았고, 엑스레이(X-ray) 검사에서 기관지염 소견이 나왔다. 이후 1월 24일 오전 국내에서 두 번째로 확진 판정을 받아 국립중앙의료원에 격리돼 치료를 받아왔다.

2번 환자 주치의인 진범식 전문의는 "격리 입원치료 중 매일 바이러스 검사를 받아왔고 증상이 사라진 후 2회 이상 미검출 소견을 보여 감염력이 없음을 확인하고 2월 4일 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중 첫 격리해제 및 퇴원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치료는 다른 폐렴 치료와 유사하게 이뤄졌다. 진범식 전문의는 "입원 후 매일 바이러스가 배출되는지 기관지 등 상기도(上氣道, 기도에서 기관지·후두·인두·코안이 있는 부위)검사를 시행했다"며 "메르스의 경우 폐렴이 있을 경우 하기도(下氣道, 인후·기관·기관지·허파를 포함하는 호흡기)에서 배출되는 객담(가래)이 전염력이 큰 것으로 돼 있는데 2번 환자는 폐렴 소견은 있었지만 하기도에서 바이러스 배출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입원후 3일까지는 상기도에서 비교적 고농도 바이러스가 배출됐지만 그후 바이러스가 배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12일째 미미한 양성소견이 보였다. 검사 특성상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바이러스 조각만 있어도 낮은 양성소견을 보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회복기 환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12일째부터는 자체검사를 했는데 이 경우 검체 운송 시간이 대폭 단축돼 이전에 검출되지 않던 극미량 바이러스 조각이 검출됐을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우한 폐렴 확진 환자의 첫 퇴원 결정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중앙임상TF(이하 중앙임상TF)에서 중증도, 위험도 평가를 포함해 정확한 임상 정보 공유와 여러 전문가들의 토론, 질병관리본부 등의 종합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진범식 전문의는 회복(퇴원) 이후 재감염 가능성에 대해 "새로운 병이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 기존보다 더 신중하게 퇴원을 결정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증상이 좋아지고 나서 24시간 후에 2회 연속 음성으로 판정되고, 추가적으로 유전자 증폭(PCR) 검사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소실된 것이 확인이 됐다"고 말했다. 앞서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번째 확진자 실시간 PCR 검사에서 두 차례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추가로 진단 검사를 연이어 실시한 결과에서도 음성 판정이 나왔다는 것이다.

방지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 병원운영센터장 역시 "재감염 가능성이나 퇴원 이후 추가 전파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바이러스가 완전 소실됐다고 봐도 된다"고 자신했다.

현재 전세계 의료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과 같은 감염증 치료를 위한 항바이러스제로 에이즈(AIDS⋅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 치료제와 인터페론 등을 사용한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대한 치료제 ‘칼레트라’는 로피나비르(lopinavir)와 리토나비르(ritonavir) 성분 혼합제로 사용될 수 있다.

방지환 센터장은 "신종 감염병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사람에게(임상적으로) 어떻게 사용해서 효과가 있는지를 파악하고자 동물실험 등에서 효과적으로 평가된 치료법을 적용했다. 사스 및 메르스 등 치료에 활용된 항바이러스제 등이 투입됐다. 에이즈 치료제도 포함된다"면서도 "에볼라 치료제도 사용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지만, 한 번 사용해볼 수 있다는 컨센서스(공동체 구성원 의견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배석한 인천의료원 의료진은 국내 첫 신종코로나 환자인 1번 환자((35세 여성, 중국인)에게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고 있다며 격리해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1번 환자의 임상 증상이 소실된 월요일(3일)부터 화요일(4일)까지 (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했다"면서 "두 번 모두 '음성' 결과를 얻으면 목요일(6일)께 '격리해제'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1일과 2일 진행한 바이러스 검사에서는 모두 '음성'으로 나타났다.

1번 환자는 격리해제가 되더라도 퇴원에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김 전문의는 "우리 환자는 중국인이고 우한으로 돌아가는 하늘길이 끊겨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