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각) 취임 4년차를 맞아 3번째로 새해 국정연설을 하면서 그동안 자신의 치적에 대해 강조했다. 이날 연설 현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에 직면한 상황에서 재선 운동을 하고 있는 최초의 대통령으로서 ‘당파적 불화’가 극명히 대조됐다.

이날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의사당 하원 회의장으로 이동, 상·하원 의원들 앞에서 국정연설을 하는 모습을 일제히 생중계했다. ‘연두교서’로 불리기도 하는 대통령 국정연설은 전통적으로 연초 상·하원 합동회의를 앞두고 진행된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공식 트위터에서 4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중 그가 악수를 거부하는 모습이 업로드됐다.

이날 78분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마다 여러번 환호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그동안의 경제 성과부터 국가 안보 정책까지 ‘위대한 미국 컴백’을 언급하며 상당부분 자신의 치적을 되짚어 강조했다. 일관적으로 "자신은 약속을 지켰다"는 점을 부각시켜 올해 대선 홍보에도 지지를 구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이번 국정연설은 상원에서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냉소적인 반응도 상당했다. 이날 연설을 한 곳은 불과 48일 전에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곳이기도 하다. 상원은 다음날(5일) 탄핵소추안에 대한 최종표결을 진행하지만, 공화당이 다수인 상황에서 이변이 없는 한 부결될 전망이다.

이날 현장에서 일부 공화당원들은 "4년 더"라고 외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지만 민주당원들은 조용히 서 있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냉소적인 관계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두 사람의 측근들은 지난해 10월에 있었던 회의 이후 두 사람이 한번도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악수를 거부했고 펠로시 의장은 연설이 끝날 때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사본을 공개적으로 찢어버리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연설자가 관습적으로 대통령을 소개하는 데 사용하는 ‘고상한 특권과 뚜렷한 명예’를 언급하는 것을 피했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의회 의원, 미국 대통령’이라고만 했다. 연설 동안 내내 냉소적인 박수를 보내거나 때때로 고개를 젓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은 연설 후 기자들에게 "대안의 대안을 고려해볼 때 정중한 행동이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선거 운동 대변인인 케일리 맥케나니는 "그녀(펠로시 의장)의 증오는 잘난 체하고 엘리트주의적인 행동이자 혐오스러운 성격에 눈을 멀게 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상원 탄핵심판을 주재하는 존 G. 로버트 주니어 대법원장과 마주치기도 했다. 연단에 오르는 과정에서 잠시 말을 멈추고 대법원장과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NYT는 "대법원장은 신중하게 중립적인 얼굴을 유지하면서도, ‘고마워’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회의실로 데려오기 위해 배정된 공식 호위대 중에는 상원 재판에서 대통령을 기소한 7명의 하원 민주당원 중 한명인 뉴욕의 하킴 제프리스 대표도 있었다.

NYT는 연설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심판에서 무죄를 확정한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켄터키주 미치 맥코넬 상원의원을 바라보며 "고마워요 미치"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그동안 자신의 경제 성과와 국가 안보 등 치적들을 되짚어 강조하며 재선 운동을 고려해 핵심 지지층에 호소했다. 그는 ‘미국의 가치’를 언급하며 자신의 주요 지지층인 복음주의적이고 보수적인 기독교 유권자들에게 거듭 호소했다. 종교적 자유를 보호하고 낙태에 대한 접근도 제한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AP통신은 이날 많은 여성 민주당원들은 참정권 운동을 지지하기 위해 흰색옷을 입었고 당내 몇명은 기후 변화를 강조하기 위해 빨간색과 흰색, 파란색 줄무늬 옷깃 핀을 차고 있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환경 보호 장치를 뒤로 하고 오염자들에게 자유로운 통제권을 줬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