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을 두고 대립 했던 ‘앙숙’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무려 4개월 만에 만난 자리에서 악수를 거부하고 원고를 찢어버리는 등 기싸움을 했다.

4일(현지시각) 트럼프가 78분에 걸친 국정연설을 마치자 뒤에 앉아있던 팰로시가 연설 원고를 찢어버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펠로시는 트럼프가 4년 간의 외교, 경제 성과를 읊는 동안 무표정한 얼굴로 특별한 반응 없이 앉아 있었다. 옆에 앉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수시로 일어나 박수를 친 것과 대조를 이뤘다.

트럼프가 국회에 입장한 직후 펠로시가 건넨 악수를 무시한 것도 화제가 됐다. 이날 연설을 한 하원 회의장은 불과 48일전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 된 곳이기도 하다. 상원은 5일 탄핵 찬반 투표를 할 예정인데, 부결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탄핵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불편한 심기를 행동으로 드러냈다.

트럼프는 본인에 대한 탄핵안을 표결에 부치고 이를 통과시키는 과정을 주도한 펠로시에 대한 적대감을 공공연히 드러내왔다. 탄핵 표결을 앞두고 펠로시에게 서한을 보내 탄핵 추진을 ‘쿠데타 기도’로 몰아세우며 미국 국민이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정의 왜곡과 권한 남용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노를 표시했다.

두 사람이 만난 건 작년 10월 이후 4개월 만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시리아 철군으로 촉발된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민주당을 백악관에 초청했지만 서로 "3류 정치인" "멘붕"과 같은 막말과 조롱을 퍼붓다가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