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서는 메르스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로 독립(복지부 백서 404쪽)을 시키거나,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독립시켜(432쪽) 컨트롤타워를 확립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인력 확충'(438쪽) '감염병 전문병원 신설'(183쪽)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최재욱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민·관 합동으로 수많은 정책 제언을 했는데도 이번 우한 폐렴 사태에서 정부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며 "답안지(백서)가 있는데도 시험을 망친 셈"이라고 했다.

검역 확인증 손에 쥐고… 중국인 어제부터 따로 입국 -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한 중국인 입국자가 검역 확인증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중국인 전용 입국장을 운영하고, 검역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입국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질본이 컨트롤타워 돼야 하는데…

복지부와 의협 백서는 모두 질병관리본부가 감염병 대응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정부는 질병관리본부와 복지부에 차례로 대응을 맡겼다가 결국 '민관종합대응TF'를 꾸리고 대한감염학회 등 전문가에게 의지해 방역 대책을 수립했다. "리더십이 없다"(254쪽)는 목소리가 나왔다. 의료계와 방역 당국을 중심으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처럼 질본이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그러나 메르스 참사 이후 4년이 지났지만 이는 이뤄지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는 여전히 복지부 산하 기관이다. 질병관리본부장이 1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된 것이 전부다.

역학조사관도 부족

복지부 백서 410쪽에는 '신종감염병 대응에 필요한 과제 중 가장 중요도가 높은 것은 역학조사관 확충 및 양성(16.8%)'이라는 설문 결과가 있다. 질병관리본부 소속 역학조사관은 2015년 34명에서 2020년 77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확진자16명이 나온 현재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역학조사관이 부족하다고 한탄했던 목소리가 4년 만에 소름 돋을 만큼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흐지부지된 감염병 전문 병원·기금

복지부 백서 296쪽에서는 "국내 유입 및 전파 가능성이 있는 감염병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진단검사에 대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우한 폐렴은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오고 나서야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졌다. '감염병 전문 치료병원을 지정·운영'(183쪽)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감염병 전문병원을 지정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전국에서 서울 국립중앙의료원(NMC)과 광주 조선대병원 단 두 곳만 운영되고 있다. 이정찬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전염병과 전쟁은 언제 터질지 모르고 한번 터지면 많은 피해를 입힌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그런데 평소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오지 않다보니 예산 배정 등에서 밀린 결과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