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현 정치부 차장

"김의겸은 굉장히 억울해하겠는데…."

작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각종 불법과 비리 의혹에도 조국 서울대 교수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을 때, 정치권 일각에서 이런 반응이 나왔다. 김 전 청와대 대변인은 그해 3월 재개발 지역이던 흑석동 상가 건물을 25억7000여만원에 매입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자 사퇴했다. '집을 투기 대상으로 삼지 말라' '빚내서 집 사지 말라'는 정권의 부동산 억제 정책에 정작 '대통령의 입'이 정반대 행보를 하면서 서민을 배신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하지만 조 교수가 법무장관으로 지명된 뒤, 일가 전체가 자녀 입시, 딸 장학금 수수, 사모펀드 투자 등 전방위 불법·비리 의혹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자, 뜬금없이 6개월 전 물러난 김 전 대변인 동정론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런 김 전 대변인이 최근 총선에 출마하겠다며 '읍소' 전략까지 펴다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당의 거듭된 만류에 끝내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대변인이 마지막 순간까지 출마 의지를 드러내며 올린 글에서 조 교수를 '소환'한 대목이 흥미롭다. "조 장관은 검찰 개혁을 추진하다 검찰의 반발을 샀다"며 "도전을 결심하는 데 조 교수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고난의 가시밭길을 걸어가면서도 의연하게 버텨내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에 파동이 일었다"고도 했다. 검찰 수사와 광화문을 가득 메운 사퇴 시위 인파 속에서도 조 교수가 법무장관으로 임기를 수행하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허물은 반성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으로 여기게 됐다는 취지로 보인다. 사실 더불어민주당이 법적·도덕적 기준을 들이대며 총선 후보자 검증을 하는 과정에서 제기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 모순(矛盾)이 바로 이 지점에 존재한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검찰에 11개 혐의로 기소된 조 교수의 각종 범죄 의혹에 대해 줄곧 "사실이 아니다" "검찰의 정치적 수사"라고 해왔다. 국민적 공분 속에 조 교수가 사퇴한 뒤에는 오히려 불법 혐의를 수사한 윤석열 총장을 겨냥해 '검찰 개혁에 저항하지 말라'며 압박 공세를 높이고 있다. 그래 놓고선 민주당은 공천을 신청한 후보자들에 대해 검찰의 수사 내용과 기소 여부는 물론 사법 처리까지는 되지 않았던 도덕적·사회적 논란 등을 근거로 적격 후보자 심사 작업을 하고 있다. 정권 전체가 '조국 구하기'에 나섰을 당시와는 전혀 다른 잣대로 총선 후보자를 선별하는 '부조리극'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조국보다 법적, 도덕적으로 깨끗한가'를 기준으로 한다면, 공천 심사에서 탈락할 후보자들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여당 공천이 '코미디'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