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4차 호소 담화문 발표… "메르스 사태와 같은 실패 반복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은 3일 의협에서 열린 기자 브리핑을 통해 “정부가 2일 발표한 조치만으로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 지키기에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후베이성으로 국한된 위험지역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한(武漢)시가 포함된 후베이(湖北)성으로 국한된 위험지역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방역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면 국민 생명이 위협받는다."

국내 최대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3일 의협 임시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어제 발표한 조치만으로는 국민 건강과 안전 지키기에 역부족"이라며 중국 전역을 상대로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의협은 제 4차 호소 담화문을 발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중국 후베이성에서 발생한 우한 폐렴 사태와 관련해 "후베이성을 2주 안에 방문한 외국인은 오는 4일부터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최 회장은 "감염 방역의 첫 번째 중요 원칙은 유입 차단"이라면서 "이미 중국 전역에서 확진자가 증가하는 추세이며, 현재는 전체 발생자의 약 40%( 2월 3일 오전 10시 기준 중국 내 1만4489명 확진자 중 5415명)가 후베이성 외 중국지역에서 발생한다. 정부가 더 늦기 전 위험지역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해 전방위적인 감염원 차단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게 의협 주장이다.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장은 "중국에서 유입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제한적 전파를 넘어 지역사회로 전파된 것이 확인됐다"면서 "정부 감염병 재난 위기경보 기준에 의거해 ‘적색(red)’으로 구분되는 심각 단계에 해당한다. 현 상황에서는 보건복지부 장관만으로는 해결이 안된다. 정부가 즉시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총리 주재로 복지부·외교부 등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전방위적으로 방역 대책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질병관리본부의 소통 부재, 폐쇄 행정, 뒤늦은 정보 공개도 질타했다. 최 회장은 "한달 전 우한에서 확진된 폐렴 환자가 불과 40여명이었으나 현재 1만7000여명에 가깝게 늘었다. 이러는 사이 국내에서도 확진자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전수조사 시행 관련 정보 부재, 공중보건 위기대응전문가 부재 등 메르스 사태와 같은 실패의 반복이 지속된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관련 모든 정보의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 공개와 방역당국의 위기관리 소통시스템 정상화를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한 폐렴으로 현재까지 중국에서만 361명이 사망해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사망자 수(349명)를 넘어섰다. 우한시가 포함된 후베이에서는 사망자가 하루 만에 56명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