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우한 폐렴 확진자 20명...중국 이어 2위
한·일 갈등에 中 관광객 줄면 경제에 큰 타격 우려
4월 시진핑 일본 방문도 염두에 둔 듯

미국, 호주 등이 우한 폐렴 확산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중국에서의 입국을 전면 금지한 가운데 한국 정부가 2일 '후베이성에서의 입국을 금지'한다는 조치를 발표하자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일본 정부도 같은 조치를 발표했다.

전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은 일본이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지난 2018년 정상회담 당시의 아베 총리와 시진핑 주석.

3일 현재 미국, 호주, 싱가포르, 뉴질랜드, 필리핀, 몽골이 공식적으로 중국에 거주하는 사람의 자국 입국을 전면 금지 한다고 발표했다. 몽골, 뉴질랜드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선제적으로 대응 조치에 나섰다. 이탈리아, 이스라엘, 베트남은 중국과 자국을 잇는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 지난달 31일 후베이성 거주자나 최근 2주 이내 이 지역을 방문한 적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입국 제한 조치는 전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빨랐지만, 입국 금지 대상은 '후베이성 체류자'로 한정 했다. 한국 정부가 전날 발표한 조치와 동일 하다.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는 조치는 따로 없었다.

일본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는 20명으로 전세계에서 발원지인 중국 다음으로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제한적 조치에 나선 건 경제에 미칠 타격을 고려한 현실적인 대응으로 보인다. 일본 경제는 작년 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내수 위축으로 이미 휘청이고 있다. 4분기 성장률은 5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인들은 내수 침체로 신음하던 일본 관광업계의 큰 손이다. 작년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10명 중 3명이 중국인으로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중국에서 온 관광객 수는 959만4300명으로 전년 대비 14.5%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홍콩, 대만까지 합하면 점유율이 53%에 이른다.

일본 관광업계의 또 다른 큰 손이었던 한국인들이 불매 운동에 나서며 발길을 끊자 중국은 유일한 구원투수가 됐다. 일본 정부는 올해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개인 관광객에 대한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 했고 항공사에선 중국 각지와 일본 중소도시와 연결하는 항공편을 늘렸다.

이미 우한 폐렴으로 인한 경제 타격은 현실화 하고 있다. NHK에 따르면 일본 국적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는 이달 중국 노선 예약 상황이 전년 대비 40~50% 감소했다. 일본항공(JAL)도 지난달 20일 이후 열흘 간 2월 예약의 25%, 3월은 20%가 취소 됐다고 전했다. JAL의 국제선 수입 중 10%는 중국 노선에서 나온다.

일본 정부가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해 전면 금지에 나서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본은 우한에 거주하는 교민을 귀국시킬 전세기를 띄우는 과정에서 중국과 외교 협의를 가장 먼저 마친 것을 언론을 통해 외교적 성과로 홍보하기도 했다. 강경한 대응책이 오는 4월로 예정된 시진핑 국가주석의 일본 방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아베 총리는 시 주석과의 회담을 통해 중국과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겠다며 공을 들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