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석 사회정책부장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한상균 전 쌍용자동차 노조지부장은 지난달 7일부터 오전 6시쯤 경기도 평택시 동삭로 455-12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으로 출근한다. 10년 7개월 만에 복직은 됐지만, 회사에서 "일감이 줄어 부서 배치를 할 여력이 없다"며 유급 휴직을 결정하자 출근 투쟁을 벌이고 있다. 같은 처지의 46명 가운데 일부가 함께 움직이고 있다. 출근 시간이 끝나는 6시 40분쯤 되면 공장 본관 1층 대회의실로 가서 주간조 퇴근 시간인 오후 3시 30분까지 보낸다. 점심 시간에는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이런 장면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달 7일 34명이 출근길에 나섰고, 지금은 25명 안팎으로 줄었다. 한상균 전 지부장은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토·일요일은 쉰다. 일감이 줄면서 특근이 사라져 공장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부서 배치가 언제나 가능할 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쌍용자동차는 11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작년 말부터 사무직은 급여의 70%만 받으며 순환 휴직에 들어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한 폐렴으로 중국산 부품 조달에 문제가 생겨 4일부터 일주일간 휴업에 들어갈 처지다.

이들의 복직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나서서 만들어냈다. 대통령은 2018년 인도 국빈 방문 당시 쌍용자동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 회장을 만나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그리고 두 달 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노사 합의를 이끌어 냈다. 그렇게 복직은 됐지만, 적자에 허덕이는 쌍용자동차는 이들을 배치할 라인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이 상전(上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친노동 정책을 편다. 대통령은 취임 직후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0)를 선언했다. 인천공항, 고속도로 톨게이트노조 등에서 정규직 만들어 내라고 난리가 났다.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 단축하면 추가 고용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지만,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았다. 실업수당 타가는 사람들이 지난해 100만명을 넘어 역대 최대로 늘었다. 최저임금 올려서 '소득 주도 성장'을 하겠다고 했지만, 식당 이모, 알바 총각 등 노동 약자(弱者)들이 일자리에서 밀려났다. 저소득층의 소득은 줄었다. 박근혜 정부가 노동 유연성 확보를 위해 어렵게 만들어낸 이른바 '양대(兩大) 지침'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곧바로 헌신짝이 됐다. 성과급 도입은 '적폐'로 몰아서 폐기했다.

그런데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았다. 40대 가장들의 실직 행렬이 길어지고, 세금으로 찍어내는 단기 알바성 일자리만 늘어난다. 대학교 빈 강의실 불 끄는 일자리를 일자리라고 해야 하나. 매달 30만개씩 늘어나야 한다는 일자리가 5000개 늘어나는 데 그친 적도 있다. 먹고 사는 일은 엄숙한 일이다. 멋 부릴 일도, 떼써서 될 일도 아니다. 지금까지 벌여온 일이 막다른 골목이라면 뒤돌아서 뛰어야 하는데 이 정부는 벽을 뚫고 나가겠다고 할 모양이다. 한 전직 경제 관료는 이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시원하게 똥볼을 찼다"고 했다. '문재인 막부'라는 말이 돈다. 일본이 메이지유신 전까지 유지했던 지배 체제인 막부(幕府)가 아니다. '막장 정부'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실력도 없고, 정신도 못 차리고 있다.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방법, 문재인 정부가 열에 아홉은 받아준 그 방법으로는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방법으로는 일자리를 늘릴 수도, 지킬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