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 판데믹

"이런 대학살을 과거 역사로만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또 다른 범유행 독감의 발생은 가정이 아닌 시기의 문제입니다."

넷플릭스 신작 다큐멘터리 '판데믹: 인플루엔자와의 전쟁'은 보는 내내 '다큐가 미래에서 왔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핵심 발병 지역으로 중국을 지목하고, 전염병을 일으키는 새로운 병원소(병원체가 침입하여 증식·발육해 다른 숙주에 전파될 수 있는 상태로 저장되는 장소)로 박쥐를 얘기한다. 다큐의 제목인 판데믹(pandemic)은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단어. 지난 22일 공개됐는데, 이 시기 마침 전 세계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가 퍼질 거란 건 제작진도 생각 못했다. 미국 CNN의 표현에 따르면 '훌륭하면서도 끔찍한 타이밍'이다.

판데믹 총괄 프로듀서인 예레미야 크로웰은 "다큐의 공개 시기와 상황(우한 폐렴)이 어떻게 일치했는지 나도 혼란스럽지만, 완전히 우연의 일치"라며 "다만 이런 상황은 시리즈 일부 주제가 얼마나 적절한지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다큐멘터리는 의료 종사자, 백신 개발자 등이 닥쳐올 범유행 독감에 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그린다. 이들은 1918년 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처럼 언젠가 범유행 독감이 다시 창궐할 것이라 믿는다. 전염병이 생겼을 때 일선 의료 현장에서 어떻게 혼란을 줄일 수 있을지 끊임없이 훈련하고, 계속해서 변이하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과연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뮤지컬 | 웃는남자

'조커'의 모티브가 됐던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이 원작.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 인신매매단에 의해 입이 찢어져 웃는 모습을 한 광대 그웬플렌이 귀족사회에 들어오면서 겪는 갈등을 그렸다.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졌다"는 주인공의 외침이 곧 주제. 그웬플렌의 여정을 따라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한다. 제작 기간 5년에 제작비 175억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찢어진 입을 형상화한 대형 세트를 비롯해 풍랑이 이는 바다에서 침몰하는 배, 눈보라 치는 벌판 등 화려한 무대 미술이 관객을 압도한다. 2018년 초연보다 이야기의 구조가 매끄러워졌다는 평가. 극의 길이도 10분 짧아졌다. 3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전시 | 김선두 개인전

한국화가 김선두(62)씨는 영화 '취화선'에서 오원 장승업의 그림 대역을 맡는 등 대중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빠르게 달려나가던" 그는 어느 날 고가도로 위에서 '천천히' 표지판을 보고 속도를 줄였다. 멈추자 그제야 주변이 보였다.

교통 신호등·반사경 등과 어우러진 느린 풍경이 화폭에 담겨있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3월 1일까지 열리는 김씨의 개인전에 걸린 19점의 채색화는 풍경뿐 아니라, 20대의 자화상, 좌우로 배 갈린 도미 그림 등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려는 참회의 자세를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로 U턴하다'는 새해와 각별하다. 길을 잘못 들었어도 당황할 필요 없다. 잠시 후 유턴하면 되니까. 무료.

다큐멘터리 | 사마에게

누군가는 총 대신 카메라를 든다. 영화 '사마에게'는 시리아 여성 감독 와드 알 카팁이 내전으로 폐허가 된 도시 알레포에서 딸아이를 낳고 키우며 살아내는 하루하루를 찍은 다큐멘터리. 올해 미국 아카데미상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다. 독재 정권에 반대하는 알레포 대학생 와드는 도시가 전쟁터로 변하는 과정을 기록한다. 수시로 폭격이 일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곳. 와드는 그 속에서 의과대학생 함자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병원을 운영한다. 20일간 수술 890건을 하고 환자를 치료한다. "널 이런 세상에 태어나게 한 엄마를 용서해줄래?" 와드가 딸 사마를 보며 읊조리는 독백은 보는 이를 복잡하게 만든다. 좋다고 말하기엔 고통스럽고, 무모하다 말하기엔 위대하다.

콘서트 | 악동뮤지션

미국에 빌리 아일리시와 피니스 오코널 남매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악동뮤지션'이 있다.

이찬혁·이수현 남매의 ‘악뮤’(AKMU·악동뮤지션)가 이번 주말(2월 1~2일)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전국 투어 중인 ‘악뮤’는 앞으로 창원·성남 등 8개 공연이 예정돼 있다.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율 99%를 기록 중이다. 2014년 1집 ‘PLAY’로 데뷔. 어릴 적 ‘다리꼬지마’를 발랄하게 부르던 악뮤는 최근 3집 앨범에서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를 성공시키며 음악적 성장을 이뤄냈다는 평이다. 군 복무 후 더욱 깊어진 이찬혁의 재능과 소녀에서 숙녀가 된 이수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