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예나PD

"펭수가 이렇게 빨리 뜰 줄은 몰랐죠."

'자이언트펭TV'의 이슬예나 PD가 '펭수' 신드롬을 분석했다.

이 PD는 31일 서울 대치동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유튜브 크리에이티브와 대화에서 "작년에 TF팀으로 발령나면서 펭수 캐릭터를 기획했다. 당시 EBS에서도 약간의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 부모님이 TV채널을 선택해주는 유아층은 여전히 EBS를 보지만, 초등학생만 돼도 유치하게 생각하더라. 자신이 채널을 선택하게 됐을 때 EBS를 보지 않으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EBS의 교육적 가치와 선한 영향력은 지켜야 하지만, 가르치려는 태도로 접근하고 싶지 않았다. 요즘은 아이들도 성인 예능물을 선호하고 웃음 코드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초등학생 친구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싶었고, 캐릭터도 마냥 귀엽거나 선하고 이성적인 성격은 지양했다. 그래서 자기 캐릭터가 강하고 돌발적이지만 솔직한 캐릭터인 펭수를 만들게 됐다."
'자이언트 펭TV'는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열살 펭귄 펭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이는 10세, 키는 210㎝로 엉뚱하고 실수를 많이 하지만 귀여운 외모로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의 EBS 인기 캐릭터인 '뽀로로' '뚝딱이' 등과 달리 자기표현이 강하고 엉뚱한 매력으로 차별화했다.이 PD는 "EBS의 많은 캐릭터는 스튜디오, 애니메이션 형식이 많았다. 대부분 우주의 별에서 오거나, 지구를 살리고 싶어하는 등 대의를 가지고 있지 않았느냐. 현장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리얼리티를 살리고 싶었다. 펭수는 남극에서 온 펭귄이고, 스타가 되고 싶어서 자신의 욕망에 따라 움직인다. 짜여진 각본에 맞춰서 움직이지 않는다. 기존의 세계관과 철학은 유지하되 최대한 자유롭게 움직이는 캐릭터가 됐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EBS에서 예능형에 가까운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한다고 했을 때 다들 의아해했다. 내부에서도 걱정을 많이 했지만, 'EBS에서 이런걸 해?'하는 의외성이 있었다. EBS 아이돌 육상 대회를 개최해 펭수와 EBS 캐릭터들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펭수는 기존의 캐릭터와 달라서 사랑 받을 수 있었다. 권력이나 위계질서에 굴하지 않고 수평적인 화법을 가져 매력을 느낀 게 아닐까. 팬들과 따뜻하게 소통하는 부분에도 많이 공감한 것 같다"고 짚었다.
최근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는 9개월 만에 구독자 2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11월28일 100만명을 달성한 후 약 2달 만이다.

이 PD는 "1·2화 때 펭수가 팬들을 확보하기 위해 초등학교에 전학생처럼 찾아 갔다. 남극에서 와 덥고 키도 유난히 커 '잘 적응할까?' 걱정했는데, 아이들 사이에서 잘 어울리더라. 그 때 '잘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살짝 했다"며 "구독자들이 주는 피드백을 반영하고, 꾸준히 소통하는 게 인기를 끄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펭수가 첫 팬사인회를 한 적이 있다. 구독자가 2만명도 안 될 때여서 펭수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는 그림을 상상했는데, 다양한 연령층이 줄을 서 있었다.그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돌아봤다.

펭수는 이미 '대세 스타'로 자리잡았다.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MBC TV '놀면 뭐하니?' SBS TV '정글의 법칙' 등 지상파 예능물도 장악했다. MC 유재석과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여성 컬링 대표팀인 '팀 킴' 등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고, '제34회 골든디스크어워즈'에선 시상자로 참석해 그룹 '방탄소년단'과 함께 춤도 췄다.

"'펭수는 아직도 연습생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펭수의 꿈이 '우주대스타'인데, 이렇게 빨리 스타가 되길 바라지는 않았다. EBS 연습생 제도라는 것도 없는데 연습생이라고 우기지 않았느냐. 펭귄이지만 우주대스타 되고 싶다고 진정성있게 말하는 게 매력있다고 생각한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사랑해준 만큼 거품이 되지 않도록 탄탄하게 다져나가겠다. 진정성과 소통이라는 키워드를 잃지 않고 롱런할 수 있는 펭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큰 꿈일 수 있지만 펭수 주연의 영화도 제작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