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사람 간 전파 사례인 2차 감염자가 나오면서 방역 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6번 확진자이자 국내 첫 2차 감염자는 3번 확진자가 만난 95명 중 한 명이다. 그는 22일 서울 강남 한일관에서 학교 동창인 3번 확진자와 다른 친구 1명과 함께 오후 5시 52분부터 7시 24분까지 약 1시간 30분 동안 불고기를 먹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술은 마시지 않았다. 식탁은 가로·세로 90㎝ 크기라 3번 확진자와 6번 확진자는 침방울이 튈 수 있는 1m 안팎의 가까운 거리였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질본)는 30일 "6번 확진자를 자가 격리가 필요없는 '일상접촉자〈키워드〉'로 지난 26일 분류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1m 거리에서 2시간 동안 밥을 먹었다면 당연히 밀접접촉자로 분류해 엄격한 관리가 필요했는데, 방역 당국에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날 격리되기까지 1주일 이상 어떤 제약도 없는 상태로 거리를 돌아다녔을 것으로 보여 3차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질본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 확진 환자와 2m 이내에 머물기만 했어도 감염 위험이 높은 '밀접접촉자'로 분류했다.

◇밥 같이 먹었는데 '일상접촉자'

질본이 6번 확진자를 밀접접촉자로 분류했다면 늦어도 26일에는 자가 격리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일상접촉자로 분류돼 30일 격리 전까지 일상생활을 했다. 정은경 질본 본부장은 "과거 2m 이내에 들어가면 밀접접촉이라고 봤을 때 기계적 판단이란 비판이 있어 지금은 역학조사관이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면서 "함께 숙식하는 가족이라든가 환자를 진찰한 의료인 정도를 밀접접촉자로 본다"고 했다.

2차 감염자 격리된 서울대병원 - 30일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2차 감염자인 56세 남성이 격리 입원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우한 폐렴 감염 예방을 위한 출입 통제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그러나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은 "1m 거리에서 침 튀기며 1시간 30분 동안 함께 밥을 먹었으면 마스크를 쓰고 10시간 붙어 있는 것보다도 감염병 전파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병원 내 감염 위주였던 메르스와 달리 식사 같은 일상생활에서 감염이 일어난 것을 봤을 때 우한 폐렴의 전파력이 더 높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종구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인플루엔자에 걸린 한 사람이 1.4~1.5명을 감염시킨다고 보는데 우한 폐렴은 2.2명을 감염시킨다는 연구가 있다"고 했다.

◇5번 확진자도 1주일가량 바깥 돌아다녀

5번 확진자는 사업차 중국 우한을 방문했다가 24일 귀국한 한국인 남성(32)이다. 우한 톈허공항은 23일 폐쇄됐기 때문에 중국의 다른 공항을 경유해 입국한 것으로 보인다. 5번 확진자는 공항 검역 당시 기침 증세가 있지만 발열 증상은 없었기 때문에 격리되지는 않고 질본의 추적 감시를 받았다. 그는 공항 검역 과정에서 "평소 천식으로 간헐적인 기침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그는 보건 당국의 유전자 검사 과정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본은 지난 13일부터 26일까지 우한 공항을 거쳐 입국한 사람 중 검역에서 경미한 증세라도 보였던 100여 명을 대상으로 27일부터 우한 폐렴 유전자 검사를 하고 있다.

◇26일까지 1483명 전수조사 들어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 입국자 중 전수(全數)조사 대상은 1483명으로 확정됐다. 정은경 본부장은 30일 언론 브리핑에서 "13일부터 26일까지 우한 공항에서 국내로 입국한 2991명 중 국내에 머물고 있는 사람은 내국인 1085명, 외국인 398명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나머지 1508명은 다시 외국으로 출국한 상황이다.

질본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지자체 보건소 인력을 동원해 매일 전화를 걸어 이들이 의심 증상을 보이는지 살피고 있다. 전화에서 의심 증세가 있다고 밝히면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격리 병상)에 격리하고 우한 폐렴 감염 여부를 검사하게 된다. 현재 10명이 의심 증세를 보여 검사를 받고 있다.

☞일상접촉자·밀접접촉자

감염병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은 일상접촉자와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관리된다. 일상접촉자는 평소처럼 생활하며 전화·문자로 증세가 있는지 보건 당국에 하루 1회 이상 보고한다. 반면 밀접접촉자는 집에 격리되고, 외출 시 보건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메르스 사태 때는 2m 이내 접근을 기준으로 분류했지만 최근엔 역학조사관의 재량에 맡기면서 일정한 기준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