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중국 우한 거주 교민을 전세기로 데려와 아산·진천의 공공시설에 격리 수용하겠다고 하자 지역 주민들이 진입로를 막는 등 집단 반발하고 있다. 복지부 차관이 주민들에게 멱살 잡혔고 행안부 장관은 계란 세례를 받았다. 주민들만 나무랄 수도 없다. 애초 수용지를 천안으로 검토했다가 천안 시민들이 들고일어나자 뒤집은 모양새여서 주민 분노를 더욱 키운 것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누구든 화가 날 것 같다.

▶언제부턴가 '헌법 위에 떼법' '떼~한민국'이란 말이 등장했다. 떼를 쓰면 국가적 프로젝트마저 올스톱된다. 경부고속철 구간에 터널을 뚫으면 도롱뇽이 죽는다고 한 승려가 떼를 쓰자 공사가 2년 반이나 중단됐다. 대법원까지 가는 재판 끝에 터널은 완공됐지만 막대한 기회비용을 치렀다. 터널 개통 10년이 지났지만, 도롱뇽 피해 소식은 없다.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담당하는 삼성전자는 공장에 전기를 공급할 송전탑 건설을 막는 지역 주민 탓에 수년간 고생하다 결국 자비로 송전선로를 땅에 묻겠다고 약속해서야 문제를 풀 수 있었다.

▶떼쓰기 앞에선 국가 안보 계획까지 뒤틀린다. 정부가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해 경북 성주의 기존 미사일 기지에 사드를 배치키로 했는데, 주민들이 전자파 괴담 때문에 집단 반발하자 사드 부지를 갑자기 롯데 골프장으로 바꿨다. 사드 배치 수년이 지났는데 지금 전자파 얘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중국의 보복으로 애꿎은 롯데는 1조원 넘는 손실을 봤다.

▶'떼'의 사전적 정의는 '부당한 요구나 청을 들어 달라고 고집하는 짓'이다. 우리나라가 '떼 공화국'이 된 데는 가정교육 탓이라고 지적하는 교육 전문가도 있다. 한국 부모들은 아이 기를 안 죽이려 떼쓰기를 단호히 거절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떼'의 효용성을 체득하게 된다. 노조의 떼쓰기가 거의 매번 성공하면서 '떼의 대중화'가 이뤄졌다고 분석하는 사람도 있다.

▶꼭 필요한 국가적 시설물이라면 한번 결정된 사항을 절대 바꾸지 말아야 한다. 처음 결정할 때 신중하게 하되 일단 결론이 내려지면 어떤 일이 있어도 바뀌지 않는다는 선례를 쌓아가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떼쓰기에 밀려 기존 결정을 번복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그런 점에서 천안으로 알려졌다가 아산, 진천으로 바뀐 이번 문제는 최악의 사례 중 하나로 남을 것 같다. 천안, 아산, 진천 주민들과 우한에서 귀국하는 교민들 모두 개운치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