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로 우한 폐렴을 막을 수 있다.'

주부 김모(60·인천)씨는 28일 지인들과 하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 '껍질 벗긴 마늘 7통(한 통에 마늘 6쪽 안팎)을 한 번에 잘게 부순 후, 종이컵 7컵 정도의 물을 붓고 5분간 커피처럼 끓여서 1일 3회씩 일주일간 복용하면 된다'는 설명이었다. '검푸른 가래를 토하던 사람도 (이렇게 하면) 완치된다'고 했다. 김씨는 "이런 메시지를 하루에만 여러 통 받았다"며 "마늘은 일단 몸에 좋을 것 같고, 제조 방법이 자세하니 설마 하면서도 혹하게 된다"고 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마늘 섭취가 건강에 좋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우한 폐렴'에 대한 공포와 함께 근거 없는 민간요법이 퍼지고 있다. 카카오톡이나 유튜브, 포털 사이트 블로그 등을 통해 전파되며, 건강에 관심이 많은 60~70대 노년층에게 특히 인기다.

똑같은 '마늘 요법'도 다양한 변종이 있다. '마늘을 믹서에 갈면 좋은 성분이 파괴되기 때문에 칼등으로 두드려 으깨야 효과가 있다' '하루에 3번 먹으면 과하니, 2번만 먹어라' 등 내용도 제각각이다.

'안티푸라민 요법'도 돈다. 외출 전 안티푸라민을 손가락에 묻혀 코밑이나 코 안쪽, 손바닥에 얇게 바르라는 것이다. '세균이 안티푸라민 냄새를 싫어하기 때문에 호흡기로 들어오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우한 폐렴은 세균이 아니라 바이러스 감염이어서 근거 없는 이야기다.

'김치 먹기'는 유행병이 돌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민간요법이다. 김치 유산균이 면역력을 높여 준다는 것이다. "김치의 효능이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서 우리 국민을 지켜줬다"며 "삼시 세끼 김치를 4분의 1포기씩 먹으면, 우한 폐렴 걱정 없다"는 식이다. 유튜브에 27일 뜬 '우한 폐렴에 대항하는 방법'이란 영상은 '김치를 많이 먹으면 된다'는 내용으로 이틀 새 조회 수 163만을 기록했다. '유익한 정보 감사하다' 등 댓글 1400여 건이 달렸다. 김치의 유산균도 직접적으로 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우한 폐렴 예방법'을 검색하면 상단에 민간요법 게시물 수십 건이 뜬다. 대부분 개인이 블로그에 작성한 글이다. 한 블로거는 '자연 치유 우한 폐렴 대처'라며 양파·콩·녹차·갓을 추천했다. "무를 1.5㎝ 정도 두툼하게 썰어 푹 끓인 뒤, 들기름과 소금으로 간을 해 수시로 떠먹어야 한다"며 "양파나 생강을 식초로 만들어, 물이나 음료수에 희석해 상시 음용하면 효과가 있다"고 했다.

민간요법에 단골로 등장하는 '기름 요법'도 등장했다. '피마자기름'을 먹으라고 추천하는가 하면, '참기름 가글'도 나왔다. 이모(57·경기도 의정부)씨는 "참기름이 멸균 효과도 있고 폐에도 좋다고 해서 한 숟가락 입에 넣은 후 20분 정도 헹군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 1명이 적어도 14명에게 옮긴다는 동영상도 돌고 있다. 자신을 "중국 후베이성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라고 주장한 남성은 "중국 전역에서 현재 9만명이 감염됐고, 전염자는 주변에 적어도 14명을 한 번에 감염시켜 버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의 데이터를 근거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예비 R0 추정치'를 1.4~2.5로 제시했다. R0는 바이러스의 '재생산 지수'다. 전염병의 사람 간 전파력을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한 사람이 두 명에게 전염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독감(2~3명)과 비슷하다.

이 밖에 '감염자와 같이 숨만 쉬어도 전파된다' '눈만 마주쳐도 전염된다' 같은 얘기도 모두 과장된 얘기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공기로 감염되는 게 아니라 침방울(비말)에 묻어 나오는 바이러스로 감염된다. 또 바이러스가 눈 점막으로 침투할 수 있다는 말을 눈만 마주쳐도 옮는다고 확대 해석한 것이다. '경기 수원시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5번째 확진자가 나왔다'는 거짓 뉴스도 퍼졌다. 기사 형식 게시물에 방송사 로고를 합성해 유포된 이 사진은 고등학생들이 장난삼아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바이러스 유행 초기에는 불확실성이 높아 유언비어나 거짓 뉴스가 많이 돈다"며 "그런 것에 휘둘리지 말고 보건 당국과 감염병 전문가의 설명과 지침에 따르는 게 감염 예방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