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요."

머뭇거릴 줄 알았는데,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지명을 받은 내야수 김지찬(19)은 KBO(한국야구위원회) 역대 최단신이다. 2017년 데뷔한 같은 팀 외야수 김성윤(21)과 같고, KBO가 시즌 전 발표하는 등록선수 중 항상 단골 '최단신'으로 이름을 올리곤 했던 KIA 내야수 김선빈(31)보다 2㎝ 작다.

삼성 라이온즈 신인 김지찬은 키가 163㎝로 역대 프로야구 '최단신 내야수'다. 올해 유격수에서 2루수로 변신한 팀 선배 김상수의 수비력을 배우는 게 올해 목표다. 지난 17일 경북 경산볼파크에서 김지찬이 방망이를 들고 포즈를 취한 모습.

"키에 대해 아쉬움은 전혀 없어요. 크면 크는 거고, 안 크면 안 크는 것이라 생각할 뿐입니다."

의외로 덤덤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렸을 때부터 '키 작은 애'란 소리를 귀가 닳도록 들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졸업할 때 140㎝ 중반이었고, 중학교 졸업할 무렵엔 160㎝ 정도가 됐다.

"스트레스는 전혀 없어요. 근데 주변 선입견은 많죠. '작으면 안 된다' '작아서 프로 갈 수 있겠어?' 잘하긴 하는데 너무 작아'란 말을 수도 없이 들었으니까요."

야구에서 키는 핸디캡일 수 있다. 키 큰 선수가 살짝 뛰어오르면 잡아낼 타구도 팔이 짧아 안타를 허용할 수도 있고, 수비 반경도 상대적으로 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지찬에겐 자신의 다른 장점을 무기 삼아 프로 무대를 호령한 정근우(38·LG)·이용규(35·한화)의 향기가 난다. 김지찬은 지난해 9월 부산 기장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18세 이하)에서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 능력, 그리고 야구 센스를 뽐내며 타율 0.528(36타수 19안타) 11득점 10도루를 기록했다. 최우수 타격상과 최다 도루상, 최우수 수비상을 휩쓸었고, 올스타 2루수에도 뽑혔다. 김지찬은 빠른 발을 앞세워 고교 시절 73도루를 뽑아냈다. 홈런도 3개 때렸는데, 모두 발로 만든 '인사이드 더 파크(장내)' 홈런이었다. '총알 탄 사나이'란 별명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김지찬은 30일 전지훈련 출발에 앞서 1월 초부터 경산볼파크에서 훈련 중이다. 매일 아침부터 오후 3시까지 단체로 훈련한 뒤 각자 개인 운동을 했다. 그는 '많이 배우고 있느냐'는 질문에 "체계적 훈련을 받으니 프로 입단이 실감 난다"며 배운 내용을 줄줄 읊었다.

"글러브는 항상 내리고 있어라, 타구 처리할 때 스타트는 오른발로…."

그는 보완하고 싶은 부분으로 힘을 꼽았다. 하지만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체력 테스트에서 하체 근육량은 축구 선수에게 뒤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의 체격은 야구보다는 레슬링 선수를 떠올릴 만큼 탄탄하다.

김지찬의 롤 모델은 팀 선배인 김상수다. 물 흐르듯 부드러운 수비를 닮고 싶어서 중학교 때부터 수비 영상을 보면서 따라 했다고 한다.

"직접 만나면 송구, 풋워크, 핸들링 등 물어볼 게 많아요. 김상수 선배뿐 아니라 김선빈이나 일본 프로야구 내야수 영상도 자주 봐요."

김지찬은 "세계선수권 대회 도중 드래프트가 실시됐는데, 내 이름이 불린 순간은 절대 못 잊을 것 같다"며 "빨리 1군에서 뛰어보고 싶다. 프로와 아마추어가 다른 점을 직접 부딪쳐 가며 배우고 싶다"고 했다.

신인왕 욕심은 없을까.

"목표를 의식하면 오히려 신경 쓰여서 더 안 되는 타입이라서요. 마음을 비우고 해야 잘됩니다. 앞으로도 그러려고요."

다른 목표가 더 있느냐는 말에 그가 입을 열었다.

"음…. 실력도 좋고, 인성도 좋은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 팀에서 오래 뛰는 스타가 되고 싶어요. 팬 서비스 열심히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