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을 일으키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과연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와 달리 증상이 없는 잠복기 기간에도 다른 사람에게 전염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인가. 중국 보건 당국에 이어 세계보건기구(WHO)도 이런 가능성을 내비쳐 주목된다.

WHO는 28일(현지 시각) "우한 폐렴과 관련해 추가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무증상 감염자도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무증상 감염자에 의한 전염 가능성이 없다는 기존 입장과 달라졌다. 증상도 없는 감염자가 다른 사람을 전염시킨다는 게 사실로 드러나면 유(有)증상자를 조기에 찾아내 격리하는 지금의 방역 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된다. 크리스티안 린트마이어 WHO 대변인은 이날 "아직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어 조사가 좀 더 필요하지만, 감염자가 어느 정도 수준의 증상을 보여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파하는지에 대해 아직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염병 전문가들은 축적된 데이터와 명확한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잠복기 전염 가능 같은 섣부른 단정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에도 무증상 감염자가 있었지만, 이들이 다른 사람을 감염시킨 사례는 없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내 체액에 바이러스가 있느냐를 충분히 봐야 하는데 제대로 된 데이터가 없다"며 "확실한 생물학적 증거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근거가 부족한 만큼 과도한 우려는 지양해야 한다"며 "국내 확진 환자 4명과 밀접 접촉한 사람 중에서도 아직 환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증상이 없는 사람의 바이러스 전파에 대해 크게 염려할 것이 아니라고 했다.

질병관리본부도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는 바이러스 전파력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박혜경 중앙방역대책본부 총괄팀장은 29일 브리핑에서 "WHO (공식) 문건 어디에도 '무증상자가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혹은 '무증상 감염자에 의한 전파가 이뤄진다'는 문구가 없다"며 "중국에서도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WHO가 중국 측의 잠복기 전염 언급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가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약간 바꾼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외 바이러스 역학 전문가들과 검역 당국은 무증상 감염자에 의한 전파는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