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차 감염이 의심되는 사례가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중국 이외 지역에서의 사람 간 전염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비상상태 선포를 반려했던 세계보건기구(WHO)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지 주목 된다.

'우한 폐렴' 비상이 걸린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지난 16일 한 여행자가 검역실을 통과하고 있는 모습.

28일 일본 후생노동성은 우한에 간 적이 없는 60대 남성 버스기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 됐다고 밝혔다. 아사히, NHK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 남성은 지난 8~11일, 12~16일 두 차례에 걸쳐 우한에서 온 약 60명의 중국 관광객을 태웠다.

이 남성이 거주하는 나라 현의 츠루타 마야 의료정책국장은 "장시간 (우한 관광객과) 같은 공간에 있었기 때문에 감염된 것 같다"며 "나라 현 내에서 감염 됐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우한에 방문한 적이 없는 일본 국적의 감염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보건당국은 관광객 가운데 폐렴 증상을 보였던 사람도 없었다고 파악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의 한 관계자는 "우한에 간 적이 있거나, 폐렴 환자에게 농후하게 접촉한 적이 있었던 기존 감염 사례와는 다른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감염자와 직접 닿지 않고도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만에서는 가정 내 전염 가능성이 우려되는 사례가 나왔다. 전날 대만 정부는 우한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여성의 감염이 확인된 이후, 그녀의 50대 남편도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만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는 국내에서 감염된 첫 사례로 가정 내에서 대인(對人) 접촉으로 전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에선 중국 상하이에서 출장 온 직원에 의해 4명이 국내에서 감염된 사실이 확인 됐다. 30대 독일 남성은 우한을 들렀다 출장을 온 중국 여성에 의해 감염 됐고, 같은 회사에 다니는 3명의 직원들도 추가로 감염된 사실이 드러났다.

해외에서 사람 간 전염이 의심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WHO가 국제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할 지 여부 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WHO는 23일 "아직 비상사태로 선포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하면서 "중국 외 지역에선 현재 사람 간 전염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WHO가 비상사태 선포를 하지 않았던 23일 당시 우한 폐렴 확진자는 사망자 17명을 포함해 584명이었고 일본과 한국, 싱가포르, 태국, 미국, 베트남 6개 국가에 퍼진 상황이었다. 이로부터 6일이 지난 29일 현재 사망자는 132명, 확진자는 17개 국가에서 6000명에 육박한다. 전체 확진자는 지난 2003년 확산된 중동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때 중국 본토에서 나온 확진자 수인 5300여명을 넘었다.

일본 토호쿠 대학에서 바이러스학을 전공하는 오시타니 히토시 교수는 아사히에 "WHO가 비상사태 선포를 연기한 이유는 2차 감염이 중국 내에서 제한적으로 발생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라며 "2차 감염 확산 사례를 보고 향후 WHO가 긴급 회의를 열어 비상사태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