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치러질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중도 우파 집권당 후보들의 분열로 중도 좌파 성향인 현 파리 시장이 어부지리로 재선에 성공할 확률이 커졌다. 파리 시장이 갖는 상징성 때문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적전 분열'을 막자며 나섰지만 우파 후보 단일화는 실패했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지난 26일 마크롱은 파리 시장에 입후보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수학자 출신 여당 의원인 세드리크 빌라니를 불러 출마하지 말라며 설득했다. 중도 우파 성향인 여당 앙마르슈의 파리 시장 후보는 작년 7월 마크롱의 측근이자 전직 정부 대변인이었던 뱅자맹 그리보로 결정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빌라니는 출마 의지를 꺾지 않았다.

빌라니는 마크롱의 권유를 뿌리쳤고, 무소속으로 출마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빌라니는 수학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천재 수학자로 대중적 지명도가 높다. 거미 브로치를 항상 정장에 매달고 다니는 독특한 패션 스타일로도 유명하다. 프랑스 언론들은 "여권 지도부가 단단히 화가 났다"고 보도했고, 여당 앙마르슈는 빌라니 출당 방침을 밝혔다.

2022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마크롱은 파리 시장을 여권이 차지해 여세를 몰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여권 분열로 사회당 소속인 안 이달고 현 시장이 반사 이득을 얻어 재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세 분석이 나오고 있다. 르피가로의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이달고 시장의 지지율은 23%, 집권 여당의 두 후보 그리보와 빌라니는 각각 16%, 10%였다.

프랑스 지방 선거에선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결선 투표를 한다. 빌라니는 1차 투표에서 2위를 하면 결선 투표에서 뒤집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