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현 정치부 차장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 창당에 대해 연일 거칠게 비난하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최근 "국민 눈을 속이는 위성 정당은 국민 모독"이라고 했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미래한국당은 종이 정당이며 당명의 미래는 눈속임 미래"라고 했다. 하지만 비례위성정당이란 발상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따져보면 이런 비난의 화살은 결국 자신들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한국당의 비례위성정당 추진은 민주당과 주변 군소 정당이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결성한 국회 내 범여(汎與) 협의체 '4+1'의 일방적 선거법 개정안 통과에 맞서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범여 정당들은 2018년 말부터 "사표(死票)를 방지해 표심을 더 정확하게 반영해야 한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대거 적용된 선거제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같은 편끼리 논의하는 과정에서 당초 취지는 뼈대도 남지 않고 사라졌다. '지역구 225석, 비례 75석'으로 합의했던 원안은 한 석이라도 더 얻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한 범여 내부의 '주고받기' 속에 현행과 같은 '지역구 253석, 비례 47석'이 됐다. 47석에 대해서도 30석에 대해서만 연동형을 적용한다는 '캡'이라는 개념이 뜬금없이 등장했고,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는 사라졌다. 제1 야당을 '왕따' 시켜놓고 한편으로 뭉쳤던 정당들끼리 유권자들 표를 최대한 갈라 먹기 위한 '밀실 야합'의 결과였다. 이를 두고 선거법 개정 취지와 정반대로 사표가 사상 유례없이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선거 승리에 대한 강박에 1년여에 걸쳐 국민 눈을 가리고 속였던 것은 민주당과 주변 군소 정당들이었다.

"미래한국당 창당은 미래를 지키기 위한 분투"라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주장도 낯 뜨겁긴 하다. 미래한국당 시·도당 창당대회가 10~20분 만에 속성으로 치러진 것도 정상적이라 보기 힘들다. 하지만 자신들의 의사가 철저하게 무시된 가운데 뒤바뀐 '게임의 룰'에서 생존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궁여지책이 위성 정당 창당이라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이 정당 설립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위성 정당 출현은 '밥그릇 챙기기'에 눈이 멀어 범여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던 선거법 개정의 숨겨진 뒷면이자 예고된 역습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판단은 선거에 임하며 언제나 현명한 집단 지성을 발휘했던 유권자들 몫이다. 꼼수인지 정당한 정치 행위인지 선거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는 얘기다. 불안하다면 민주당도 자가당착의 궤변 대신 위성 정당을 만들면 된다. 거창하게 내세웠던 선거법 개정의 명분이 발목을 잡겠지만, 민생법안 최우선을 외치면서 선거법, 공수처법 등 당리(黨利)에 직결된 법안 처리에만 집중했던 최근의 표리부동을 보면 이번에도 '말 바꾸기'가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