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해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다. 이런 때일수록 한·중 양국 국민의 혐오를 부추기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인 국내 입국을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닷새 만에 50만명이 동참한 상황 등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우한 폐렴으로 중국과 중국인을 향한 무분별 혐오가 표출되는 것은 옳지 않다. 일부라고 해도 인터넷에 "중국 환자들이 공짜 치료를 노리고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는 식의 가짜 뉴스도 돌고 있다. 중국인도 감염병의 피해자일 뿐이다. 이웃 국가로서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도와야 한다. 우한 폐렴에 대한 지나친 공포와 괴담이 퍼지는 것도 막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우리 국민의 건강부터 챙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웃 나라 걱정은 그다음에 해도 된다. 지난 13~24일 우한 지역에서 국내로 입국한 사람만 3000명이라고 한다. 국내 감염자가 더 늘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초기에 "정부를 믿고 불안해하지 말라"고만 하다가 뒤늦게 우한에서 입국한 사람 전수조사를 한다고 뒷북을 치고 있다. 국민의 불안이 커지게 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원내대표가 '중국은 친구'라고 강조하니 "또 중국 눈치 본다" "국민 건강보다 중국 관계가 먼저냐"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이다.

질병본부도 아니고 청와대가 나서서 '우한 폐렴' 대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표기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또 뭔가. WHO는 질병 이름에 특정 지역을 명시하지 않는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미 '일본 뇌염' '중동호흡기증후군' '아프리카 돼지열병' 등이 대중에게 널리 쓰이고 있다. 중국이 아니라 미국, 일본이었으면 청와대가 나섰겠나. 이 정권은 "도쿄올림픽은 방사능 올림픽"이라며 보이콧을 언급했다. 여당이 외교부에 '일본 여행 규제 조치를 검토해달라'고 공식 요청까지 했다. 그런 정권이 중국에는 군사 주권을 스스로 제한하는 '3불 합의'를 해줬고, 미세 먼지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항의도 안 한다. 대통령이 중국에서 고의적인 홀대를 받으면서도 한국을 '작은 나라'라고 비하한 적도 있다. 중국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이유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