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한 폐렴'의 최초 발생지가 지금까지 알려진 화난수산시장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적어도 수산시장이 우한 폐렴의 '유일한 발원지'가 아닐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따르면 중국 연구진이 초기 환자 41명을 조사한 결과 지난달 1일 증상이 나타난 첫 환자를 포함한 13명이 화난수산시장과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앞서 중국 보건당국은 "신종 코로나 감염환자 ‘대부분’이 수산시장과 연관성이 있어 1월 1일 시장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영국 의학 전문지 랜싯에도 우한 폐렴의 병원(病原)은 여러 곳일 수 있다는 주장이 담긴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에서 중국 연구자들은 "우한 폐렴 발병 초기 여러 명의 환자가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에 가거나 갔던 사람과 접촉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이 우한 폐렴의 최초 발생지라고 발표한 우한 화난수산물시장.

논문을 쓴 차오빈 중일우호병원 호흡·중증의학과 주임은 "화난수산시장이 바이러스의 유일한 발원지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바이러스가 어디서 왔는지 아직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논문에 따르면 우한 진인탄병원이 첫 우한 폐렴 환자를 받은 것은 지난해 12월 1일이다. 이 환자는 화난수산시장에 들른 적이 없으며 가족도 발열과 호흡기 관련 증세가 없었다. 이어 12월 10일까지 3명의 환자가 추가 발병했는데 이 가운데 2명도 화난수산시장과 관계가 없었다.

조지타운대의 감염병 전문가 다니엘 루시는 "중국 연구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잠복기를 감안할 때 첫 인체감염은 지난해 11월로 추정된다"며 "수산시장에서 확산되기 전에 다른 곳에서 조용히 퍼졌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진인탄병원이 치료한 초기 41명의 환자 가운데 27명만이 화난수산시장과 관련성이 있다고 발표됐는데, "연관이 없는 환자가 13명이라는 것은 큰 숫자"라고 말했다.

우한시의 중심 지역에 있는 화난수산시장은 수산물뿐 아니라 다양한 야생동물을 식재료로 판매했다. 중국 보건당국은 바이러스가 이 시장의 야생동물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화난수산시장의 585개의 조사 표본 가운데 33개 표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핵산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22개는 시장 내 가게에서, 나머지 1개는 쓰레기차에서 나왔다.